환골탈태
환골탈태
환골탈태(換骨奪胎)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사람이 전보다 훨씬 나아져 딴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자적으로는 뼈를 바꾸고 태아를 빼낸다는 뜻으로 몸과 얼굴이 몰라볼 만큼 좋게 변한 것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원래는 시나 문장이 다른 사람의 손을 거쳐 더욱 아름답고 새로운 뜻의 글로 변하는 작업을 일컬어 환골탈태라고 했습니다. 본래의 뜻을 바꾸지 않고 다만 그 표현을 새롭게 만드는 것을 가리켜 환골법(換骨法)이라 하고 그 뜻을 본받아 형용(形容)하는 것을 가리켜 탈태법(奪胎法)이라고 합니다.
무협에서 말하는 환골탈태는 약간 다른 것을 의미합니다. 무협에서는 단전을 통해 그 동안 쌓아왔던 내공이 더 이상 발전하지 않을 때, 혹은 갑자기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되어 특별한 몸을 만들어야 할 때 몸에서 흐르는 기의 문을 열어주고 대자연의 기를 몸 전체로 받아들이는 것을 환골탈태라고 합니다. 이 일을 위해 임독양맥(任督兩脈)을 타동시킨다고 하는데 여기서 임독양맥이란 백회혈과 회음혈을 아우르는 임맥과 독맥의 중심 혈도를 말합니다. 한 마디로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이 과정을 거쳐야 큰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환골탈태를 하는 동물 중에 가장 멋진 녀석이 독수리입니다. 독수리의 평균 수명은 70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독수리가 40년 정도 살다보면 독수리는 그 발톱과 부리가 낡아 안으로 구부러지고 날개도 깃털이 떨어지며 점점 퇴화됩니다. 높이 나는 것도 쉽지 않고 먹잇감을 발견해도 사냥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 이상 사냥이 불가능해진 독수리는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냥 그렇게 굶어 죽든지 아니면 죽을힘을 다해 다시 한 번 거듭나든지….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일입니다. 독수리는 우선 바위에 자신의 부리를 사정없이 내리칩니다. 아프지만 독수리는 이 작업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오랜 고통 가운데 결국 부리가 없어지면 독수리는 기다립니다. 새로운 부리가 날 때까지 말입니다. 새 부리가 나면 이번에는 그 부리를 이용하여 낡은 발톱과 무거운 깃털을 모두 뽑아버립니다. 그리고 다시 새 발톱과 새 깃털이 자랄 때까지 기다립니다. 이 과정이 대략 5개월, 환골탈태의 기간을 잘 참고 견디면 독수리는 하늘을 통치하는 제왕으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가 많이 아픕니다. 바라는 것은 이 아픔이 그냥 아픈 것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질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아픔이 환골탈태의 아픔이기를 소망합니다. 뼈를 바꾸고 태를 뽑아낼 정도로 환골하고 탈태한다면 아픔은 또 하나의 축복이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아프지만 더 멋진 나라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