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아버지와 아들

  • 김한석
  • 2019.01.13 오후 07:00

아버지와 아들

 

어느 유태인 지역에 이름난 랍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의 아들 또한 아버지 못지않게 정직하고 경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죽은 자들도 1년에 몇 차례씩 이 땅 위에 내려온다는 이야기를 믿고 있던 아들은 어느 날 아버지에게 간절한 소원을 호소하였습니다. “아버지, 성서에 등장하는 성인들을 만날 수는 없을까요?”

 

아버지 랍비가 대답을 했습니다. “그것은 네게 달려 있다. 항상 바르고 경건하게 생활에 충실하면 성인들도 만날 수 있다.”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경건하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반년이 지나도 성인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인내심을 갖고 좀 더 기다려보라는 말만 반복하였습니다. “오늘 착한 일을 했다고 하여 내일 당장 모세를 만날 수 있겠느냐? 좀 더 기다려 보거라.”

 

다시 1년이 지났습니다. 어느 날 예배당에 거지가 찾아와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마침 에배당에서 기도를 마치고 나오던 아들이 거지를 제지하며 말했습니다. “여기는 잠을 자는 여관이 아니고 경건한 예배당입니다. 어서 나가세요.”

 

집으로 돌아간 아들이 아버지 앞에 앉았습니다. “그래 오늘도 후회 없는 하루를 보냈느냐?” 아버지의 질문에 아들은 예배당에서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습니다. 아들의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 랍비는 하늘을 쳐다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기회를 놓쳤구나. 아들아. 바로 그 사람이 네가 기다리던 성서 속의 성인이었단다.”

 

아들은 너무도 기가 막히고 안타까워 애원을 했습니다. “아버지, 그렇다면 저는 평생 이 일을 후회하며 살아야 합니까? 돌이킬 수 있는 길은 없는 건가요?” 아버지는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기회는 또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회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너를 찾아올지는 알 수 없는 일이란다.”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의 요점은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나그네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대접하면 하늘에서 상을 받을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10:42). 한편 이 이야기는 부자(夫子) 간의 대화를 강조합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깊은 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자유친(父子有親)이라 했는데 우리 시대에 아버지와 아들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없고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세속적인 내용만 입에 담고 있을 뿐입니다. 저녁에 만난 아들에게 밥은 먹었냐? 어서 씻고 일찍 자거라.” 하는 말이 전부입니다.

 

2019년을 출발하면서 세웠던 목표 가운데 아들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자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들의 깊은 고민도 들어주고 꿈과 비전을 나누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입니다

 

(구교환 목사 / 9change@hanmail.net)

 




  •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1
  •  아버지와 아들
  • 2019-01-13
  • 김한석

게시글 확인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게시글 삭제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게시글 수정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