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양념 치킨 한 마리

  • 구교환
  • 2018.02.06 오전 02:22

양념 치킨 한 마리

 

      어린 손자를 데리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어느 날 손자 녀석은 치킨이 먹고 싶다고 졸랐습니다. 할아버지는 주머니를 탁탁 털었습니다. 잘 하면 한 마리 값이 되겠다 싶어 치킨집에 갔습니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뒤여서 치킨집에 손님이 많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손자가 원하는 대로 양념치킨을 한 마리 주문했고 잠시 후 주문한 음식이 나왔습니다. 할아버지는 손주 녀석이 먹기 좋게 살을 발라 접시에 올려놓았습니다. 손자는 입에 양념을 묻혀 가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맛있게 먹고 있는 손자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어딘가 불편해 보였습니다. 할아버지에게는 한 마리 값이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접시가 비워져 가고 있을 때 사장이 다가오더니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사장은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습니다. 오늘 양념을 잘못 만들어 맛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허리를 굽실거리는 사장은 대신 돈을 받지 않겠다며 다음에 오시면 맛있게 만들어 드리겠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사실 사장은 노인이 손자를 데리고 들어올 때부터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누가 보아도 금세 알 수 있을 만큼 행색이 초라했습니다. 들어오자마자 가격표를 확인한 후 할아버지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하나하나 셈을 맞추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왼팔이 없으셨고 얼마나 험한 일들을 많이 하셨는지 오른쪽 손은 온통 상처투성이였습니다.

 

      한참을 지켜보던 사장은 주방장을 불러 호통을 쳤습니다. “주방장! 오늘 양념이 너무 맵지 않아? 이렇게 해서 장사할 수 있겠어?” 그리고는 할아버지 테이블로 다가와 허리를 숙여 사과를 한 것입니다. “오늘 불편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오늘은 돈을 받지 않겠습니다. 다음에 꼭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그 때는 맛있는 양념치킨을 드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할아버지는 사장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린 손주 녀석의 마음을 헤아려준 사장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할아버지는 고맙구려라는 짧은 인사를 남기고 치킨집을 나왔습니다. 손자는 영문도 모른 채 싱글벙글했습니다. 손을 흔들며 또 오라는 인사를 건네며 사장은 밝게 웃었습니다.

 

      하루에 한 가지씩 착한 일을 하기로 하고 2018년을 출발했습니다. 치킨집 사장이 치킨 값을 받지 않은 것은 분명 착한 일입니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어린 손주의 마음까지 각별하게 챙긴 것은 정말 착한 일입니다. 이런 이들 때문에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살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1
  •  양념 치킨 한 마리
  • 2018-02-06
  • 구교환

게시글 확인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게시글 삭제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게시글 수정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