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의 기술
경청의 기술
추석을 며칠 앞두고 대형마트에 들렀습니다. 홍삼절편을 싶다고 했는데 점원은 엑기스 좋은 제품이 있다며 엉뚱한 물건을 꺼내놓았습니다. 점원의 설명을 어깨 너머로 흘리며 진열장에서 절편이 포장된 박스를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점원은 자기 이야기만 이어갔습니다. 결국 그 날, 마음만 상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점원은 고객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신경 써서 들었다면 매상을 올릴 수 있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을 경청이라고 합니다. 물론 상대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은 경청이 아닙니다. 경청이란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은 물론이며, 그 내면에 깔려 있는 동기나 정서에 귀 기울여 듣고 이해된 바를 상대방에게 피드백까지 해줄 때 경청이 됩니다.
적극적인 경청을 위한 ‘SOLER법칙’이란 것이 있습니다. S는 상대방과 마주 앉거나 서서 상대방을 똑바로 바라보는 ‘stand, sit’입니다. O는 대화중에 개방된 자세를 취하는 것입니다(open). 이 때 팔짱을 끼거나 다리를 꼬지 않아야 합니다. 팔짱을 끼는 것은 심장을 가리는 것과 같아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L은 상대를 향해 상체를 약간 구부리는 것, 혹은 상대방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것을 의미합니다(lean). 그리고 E는 상대방과 시선을 마주하고 대화중에 시선을 돌리지 않는 상태입니다. 소위 눈 마주치기, 즉 ‘eye contact’의 기술입니다. 마지막으로 R은 긴장을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가르칩니다(relax).
경청은 자녀들과의 대화에서도 중요합니다. 자녀들이 와서 무언가 말을 하고 있는데 곁눈질로 바라보거나 딴 짓을 한다면 대화는 단절될 것입니다. 몸을 낮추어 눈을 맞추고 아이 쪽으로 상체를 약간 기울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마음은 활짝 열리게 됩니다. 아이가 말할 때 중간 중간 고개를 끄덕거려주는 미러링(mirroring), 아이가 말할 때마다 그 끝말을 따라해 주는 페이싱(pacing), 대화 가운데 아이의 말을 요약해주고 반복하는 백트래킹(back tracking)을 통해 멋진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예배 시간에 하나님 말씀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 말씀을 듣는데 팔짱을 끼고 있거나 다리를 꼬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말씀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멘! 아멘’ 함으로 반응하는 것은 말씀의 은혜를 더욱 뜨겁게 할 것입니다.
나아가 말씀을 들었으면 그 말씀대로 살아가기 위한 자기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성경은 “이 예언의 말씀을 읽는 자와 듣는 자와 그 가운데에 기록한 것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나니 때가 가까움이라”(계1:3)고 강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