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포비아
노모포비아
“노모포비아”(Nomophobia)라는 말이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신조어로 “No Mobilephone Phobia,” 즉 휴대전화가 없을 때 겪게 되는 두려움을 의미합니다. 휴대폰을 잃어버렸거나 집에 두고 나왔을 때 불안해하는 이들이 많아서 생긴 말입니다. 무슨 모임에 가서 휴대폰 사용을 강제로 제지당하면 불안해함을 넘어 심지어는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노모포비아라는 말은 2008년 영국 체신청의 의뢰를 받은 영국 리서치 회사 유고브(YouGov)의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의 58퍼센트, 여성의 48퍼센트가 노모포비아 증세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2012년 CNN의 조사에서는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반복적으로 하루 34번 정도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인 10명 중 7명 정도가 노모포비아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스마트폰 보급률이 훨씬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더 심각합니다. 2013년 5월 5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12~59세 스마트폰 이용자 4,0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는데 응답자 중 77.4%가 ‘특별한 이유 없이도 수시로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스마트폰이 없거나 찾지 못해 불안감을 느낀다’는 비율은 35.2%, 자기 전 혹은 잠에서 깨자마자 스마트폰부터 확인한다는 이용자는 53.9%, 친구나 가족과 함께 있을 때에도 스마트폰을 계속 이용한 적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35.2%에 달합니다. 그리고 이런 비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10% 정도씩 높아지고 있다고 하니 이제는 온 세상이 노모포비아에 걸려 있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최신폰’을 갖고 있는 것이 인생의 성공처럼 인식되고, ‘구형폰’을 쓰는 사람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길을 걸어가면서도 스마트폰을 보고 있고 전철을 타고 가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하늘 한 번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손에 휴대폰이 없어서 두려운 삶이 아니라 휴대폰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문자가 오지 않아도 외롭지 않고 하루 종일 걸려오는 전화가 없다 할지라도 소외된 인생이 결코 아닙니다. 스마트폰 작동 방법을 잘 몰라도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아닙니다. 휴대폰이 없거나 구형이라 할지라도 당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휴대폰을 사용할 때 그 목적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채팅을 하더라도 힘들어 하는 친구를 격려하고 위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일일드라마를 보며 히죽거리기보다는 성경말씀을 읽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노모포비아로 고생하지 말고 모바일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는 성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