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비우며 배우며

  • 구교환 목사
  • 2017.11.11 오전 10:28

비우며 배우며

  롱펠로(1807-1882)는 세계인으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미국의 시인입니다. 롱펠로는 나이가 들면서 머리칼이 하얗게 세었지만 안색이나 피부는 젊은이처럼 싱그러웠다고 합니다. 하루는 친구가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롱펠로에게 물었습니다. “이보게, 친구! 자네는 여전히 젊군 그래. 이렇게 젊은 비결은 뭔가?”

  이 말을 들은 롱펠로는 정원에 있는 커다란 나무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습니다. “저 나무를 보게나. 이제는 늙은 나무지. 그러나 저렇게 꽃이 피고 열매도 맺는다네. 그것이 가능한 건 그래 봬도 저 나무가 매일 조금이라도 계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야. 나도 그렇다네. 나이가 들었지만 매일매일 성장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다네.”

  유명한 조각가 미켈란젤로(1475-1564)가 어느 날 커다란 대리석 덩어리를 망치와 정으로 쪼고 있었습니다. 그때에 어떤 사람이 다가와서 “그 좋은 대리석을 이처럼 많이 깨어버리면 낭비가 아닙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미켈란젤로는 엷은 미소로 대답하였습니다. “이 대리석이 깨어져 나갈 때에야 비로소 조각은 살아나게 되는 거랍니다.”

  바둑을 두시는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바둑은 18급에서 시작하여 9단까지 그 실력을 구분합니다. 하수와 고수의 실력 차이는 어마어마합니다. 하지만 별 것 아닙니다. 하수는 이기려고 바둑을 두고 고수는 배우려고 바둑을 둡니다. 그래서 하수는 한 판이 끝나면 바둑돌을 재빨리 쓸어 담고 다시 시작하고, 고수는 판이 끝나면 ‘복기(復棋)’를 합니다. 복기를 통해 자신의 실수를 돌아보고 그 실수를 통해 배워가는 것입니다.

  심리학자 칼 융(1875-1961)은 “모든 신경증은 정당한 고통을 회피한 대가”라고 설명합니다. 힘든 일을 기피하고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결국 정신적 질환이 온다는 것입니다. 고통의 원인도 되돌아보고 그 현장에서 무언가를 배우려고 한다면 인간은 얼마든지 성숙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며칠 전 바람이 심하게 불었습니다. 교회 앞에 있는 은행나무 잎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문득 저 이파리들이 떨어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가을이 되면 나뭇잎들은 떨어지게 마련이고 또 저렇게 떨어져야 이듬해 봄에 다시 피어날 것입니다. 만약 이파리들이 떨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다면 몇 해 가지 않아 죽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아쉽지만 툭툭 털어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워내며 배우고, 배우면서 끊임없이 비워내는 작업을 통해 조금씩 성숙해져 갈 수 있을 것입니다.




  •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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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우며 배우며
  • 2017-11-11
  • 구교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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