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밍(grooming)
그루밍(grooming)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많아졌습니다. IMF를 맞아 그 숫자가 주춤하는가 싶었는데 최근 들어 그 숫자는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공원에 나가 보면 강아지를 끌고 나온 ‘엄마’들이 참 많습니다.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예쁘게 치장하는 것을 그루밍이라고 부릅니다.
세월이 흘러 그루밍을 하는 또 하나의 트렌드가 생겼습니다. 바로 ‘남성 그루밍’입니다. 남성들이 여성 못지않게 외모를 가꾸며 예쁘게 치장하는 남성 그루밍 시대가 온 것입니다. 어느 전문조사기관의 보고에 따르면 10년 전에 이미 15세에서 49세의 남성 가운데 32.3%가 바디 클렌저를, 15.2%가 바디 로션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91.5%가 얼굴에 로션을 바르고 21.8%는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합니다. 4명 중 1명은 팩이나 마사지를 받은 적이 있고, 피부 관리실을 찾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5.4%에 이릅니다. 10년 전에 있었던 조사 결과임을 감안하면 지금은 거의 모든 남성들이 얼굴이나 피부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사전적으로 그룸(groom)이라는 말은 ‘마부’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마부가 자기의 말을 목욕시키고 깃털을 손질하는 행위, 즉 말을 보호하고 잘 가꾸는 것이 그루밍입니다. 그런데 그루밍의 역사를 원숭이들에게서 찾는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원숭이들은 한데 어울려 서로의 깃털을 만져주고 그 안에 있는 벌레들을 잡아 줍니다. 서로서로 털을 고르고 만져주는 그루밍의 행위는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니라 이를 통해 친밀감을 유지하고 의사를 소통한다는 것입니다. 원숭이들 사이에서 그루밍을 하지 않으면 따돌림을 당하거나 쫓겨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원숭이들은 틈만 나면 모여 앉아 그루밍에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 역시 그루밍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를 가꾸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예쁘게 가꾸는 그루밍입니다. 우리는 만져주고 쓰다듬어 주기 이전에 감사, 격려, 칭찬, 축복 등등 애정이 담긴 말을 통해 서로서로를 그루밍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말이 상대를 예쁘게 가꾸어가고 있는지, 아니면 상대를 무시하고 깎아내리고 있지는 않는지…. 말(言) 한 마디로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대화 전문가들은 “1∙2∙3 화법”을 강조합니다. “1∙2∙3 화법”이란 한 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맞장구를 치는 대화의 기술입니다. 만약 두 번, 세 번 말하고 제대로 듣지 않는다면, 혹은 상대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면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이 많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대화를 통해 상대를 예쁘게 다듬어나가는 진정한 그루밍의 전문가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