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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설악산 지게꾼

  • 구교환 목사
  • 2017.05.31 오후 06:43


설악산 지게꾼


   설악산에 임기종이라는 분이 계십니다. 키 160Cm에 몸무게는 60Kg를 넘지 않는 크지 않은 체격입니다. 머리숱은 듬성듬성 빠져 있고 치아도 좋지 않아 발음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임기종은 여섯 남매의 셋째로 태어났는데 10살 무렵 부모님이 연이어 돌아가시면서 초등학교 5학년도 마치지 못하고 남의 집에 머슴살이를 시작했습니다.

 

  16살 소년 임기종은 돌고 돌아 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산에서 장사하는 이들을 위해, 때로는 깊은 산속에 위치한 사찰에 필요한 생활필수품을 조달하기 위해 임기종은 하루도 빠짐없이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40Kg이 넘는 짐을 지고, 하루에 적게는 4번, 많게는 12번이나 산을 탑니다. 어떤 날은 가스통을 4개나 짊어진 적도 있고 대형냉장고를 통째로 짊어지고 산을 오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받는 수고비는 한 달에 150만 원 정도, 하지만 술 담배를 하지 않고 단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너무 힘이 들어 몇 번이나 그만둘 생각을 했지요. 하지만 배운 것이 없고 재주가 없으니 육체일 밖에 할 것이 없었어요. … 힘들게 일을 하지만 적어도 땀 흘려서 번 이 돈 만큼은 내 자신을 위해 사용하고 싶지 않습니다.”

젊은 시절 임기종은 선배로부터 여인 하나를 소개받았습니다. 걸음걸이도 불편한 정신지체 2급, 정신적으로 7살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여인을 보는 순간 자기가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을 임기종은 하게 됩니다. 그렇게 부부가 되었고 어떻게 아들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더 심각한 정신장애를 보였고 결국 임기종은 아들을 강릉에 있는 요양시설에 위탁하였습니다. 아내는 아이를 돌볼 수 없고 자기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아들을 시설에 맡기고 얼마 후 자기만 편하게 산다는 미안한 마음에 임기종은 20만 원 어치 과자를 트럭에 싣고 시설을 방문하였습니다. 과자를 먹으며 좋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임기종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더 기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생활은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로 충당하고 지게를 지고 얻는 수입 모두를 이웃을 위해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산을 내려와 6만 원을 받으면 곧바로 가게에 가서 쌀이며 반찬거리를 사서 혼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찾아 나섭니다. 그런 식으로 여러 군데의 장애인학교와 요양시설에 생필품을 지원하고 꽤 많은 독거노인들의 생활을 돕고 있습니다.

 

  이제 60을 넘겼을 나이입니다. 2,30만 원이 훌쩍 넘는 알록달록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 사이로 임기종은 지게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설악산 줄기를 타고 있습니다. 음료수 하나 빵 한 조각을 아껴가며 이웃을 위해 산을 오르는 작은 거인의 숨소리가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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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악산 지게꾼
  • 2017-05-31
  • 구교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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