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두 마리
말 두 마리
2012년 새 아침입니다. 새해를 맞아 아버지 하나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평안과 믿음을 겸한 사랑이 은천의 모든 성도들에게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를 맞으며 톨스토이의 우화집(Fables)에 나오는 '말 두 마리'라는 이야기를 생각해 봅니다. 주인이 먼 길을 가기 위해 두 마리 말을 골라 등에 짐을 실었습니다. 처음에는 두 마리 모두 잘 갔는데 한 녀석이 게으름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쳐지기 시작하더니 비틀거리는 흉내를 냈습니다. 앞에 있는 말은 잘 가고 있는데 어디가 불편한지 느릿느릿 굼뜨는 말을 지켜보며 주인은 걱정을 했습니다. 결국 주인은 안 되겠다 싶어 뒤에 가는 말이 지고 있던 짐을 앞의 말에게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하나, 조금 있다가 두 개, 그런 식으로 마지막에는 뒤에 있던 말이 지고 있던 짐을 모두 옮겼습니다. 등에 있던 짐이 다 옮겨지자 발걸음이 훨씬 홀가분해진 말이 앞에 가던 말을 향해 말했습니다. "고생 좀 하라구. 이제부터 나는 편히 갈 테니까."
한참을 걸어서 주막에 도착했습니다. 자신의 말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주인이 중얼거렸습니다. "이제 보니 말이 두 마리나 필요가 없는 일일세. 한 마리에 다 실을 수 있는데 뭐 하러 두 마리를 데리고 다녀? 한 녀석에게나 먹이를 실컷 주고 저 비실거리는 녀석은 없애버려야겠어. 차라리 죽여서 가죽이라도 팔면 좋겠는 걸…." 결국 주인은 비실거리던 말 한 마리를 죽이고 그 가죽을 벗겨 팔았습니다.
짧은 이야기 속에 톨스토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자기가 할 일을 남에게 뒤집어씌우고 혼자서 편히 가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경고입니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하겠지, 나 말고 할 사람 많아.'라고 말한다면 이것이 바로 게으름의 시작입니다. 할 사람이 많아도 내가 먼저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부지런함의 증거입니다.
2012년 역시 넘어야 할 산도 높고 건너야 할 골짜기도 깊어 보입니다. '누군가 대신 해 줄 사람이 없나?'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꼭 내가 해야 하나?' 하는 조금은 부정적인 마음도 있습니다. 오래 하다 보니 '언제까지 내가 해야 하나?' 하는 지루함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12년 새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음을 감사드립니다. 내가 할 일을 누군가에게 떠맡길 수 있을 것입니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여럿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홀가분하고 편안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는 있겠지만 우리 주인님이 어떻게 생각하실 지는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주인에게 붙잡혀 가죽으로 팔려버리는 말이 되느니 차라리 그 짐을 조금씩이라도 나누어 함께 지고 가는 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힘은 들겠지만 그렇게 해야 주인님이 잘 한다고 칭찬해 주실 것입니다. 아무쪼록 새해에 당당하게 살아가는 은천의 지체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