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으로 천천히 살기
의도적으로 천천히 살기
자수성가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어느 기업가가 인생의 진리를 감사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요약했습니다. 그렇다면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느냐고 기자가 물었습니다. 기업의 총수가 던지는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좀 더 천천히, 바쁜 속에서도 '천천히'를 의도적으로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입니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느리게 사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추구하자는 뜻입니다. 느리게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주위를 둘러보며 산다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만 보지 말고 옆도 보고 뒤도 보면서, 또 겉만 보지 말고 속도 오래 들여다보면서, 자기만 보지 말고 다른 사람도 돌아보면서 사는 것이 느림의 미학입니다. 다른 사람을 돌아볼 수 있다면 그를 배려할 수 있고, 그래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속도카메라 앞에서 황급히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하고, 교차로 노란 신호등 앞에서 오히려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한다면, 또 엘리베이터에 올라 신경질적으로 닫힘 버튼을 누르는 인생이라면, 혹은 음식을 주문하고 언제 나오느냐며 종업원을 닦달하는 삶이라면 조금은 답답해 보입니다.
여름입니다. 날씨 때문에 몸에 힘이 빠지고 자구만 늘어집니다. 어쩔 수 없이 느려지는 삶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천천히" 행동하고 조금씩 속도를 낮추는 여름이기를 기대합니다. 빠른 것이 능사가 아님을 생각하며 오린 크레인의 시 가운데 한 대목을 옮겨봅니다.
주여, 저로 하여금 서두르지 않게 하소서.
..................
한 송이의 아름다운 꽃을 보기 위하여
혹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위하여
열심히 집을 지고 있는 한 마리의 거미를 관찰하기 위하여
사랑스런 어린아이를 바라보며 마음껏 웃어보기 위하여
혹은 좋은 책을 읽기 위하여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며 자신을 살펴보게 하소서.
인생이라고 불리는 달리기 시합에서는
빠른 자가 항상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빠른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날마다 잊지 않고 기억하게 하소서.
..............
구교환 목사 (9chan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