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양초 한 자루

  • 임영종
  • 2021.12.18 오후 12:49

      2차 대전 때, 일본군의 포로수용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밤이면 칠흑 같이 어두웠고 무더위와 굶주림 때문에 수용소 안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먹지 못해, 혹은 병으로 죽어갔습니다. 어쩌다 쥐라도 한 마리 잡아먹으면 천운(天運)으로 여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수용소 한 쪽 구석에 남들이 모르게 무언가를 감추어놓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미국인이었는데 그가 가지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양초 한 자루였습니다. 이 사람은 가까이 지내는 친구에게 이 사실을 고백하고 위급한 상황이 되면 이 양초가 많은 이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할 것이라고 예언하였습니다.

     어느 날 저녁, 포로 하나가 신음하듯 소리를 질렀습니다. “내일이 성탄절이래. 올해는 틀렸고 내년 성탄절에는 집에 갈 수 있으면 좋겠어!” 굶주림에 죽어가고 있던 포로들은 힘없이 바라보기만 할 뿐 누구 하나 대꾸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 미국인 포로가 양초를 꺼내 불을 밝혔습니다. 양초에 불이 붙자 어두움은 사라지고 밝은 빛이 퍼져나갔습니다. 포로들의 얼굴을 비추었고 마침내 포로들의 마음까지 밝게 비추었습니다. 그리고 포로들은 손을 마주잡고 내년에는 꼭 집에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서로를 위로하였습니다. 그 날 저녁, 포로들은 마음의 평안을 누리며 굶주림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성탄절을 기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들이 있다고 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성탄절을 축하하며 기도를 했다가는 추방을 당한다고 하고, 어느 나라에서는 성탄절에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기도했다는 이유로 처형을 당했다고 합니다. 아프리카 수단 북부 무슬림 지역에서는 성탄절 전 날 선물 가게를 방문하면 경찰에 체포되고, 나이지리아와 스리랑카에서는 캐럴을 부르다가 폭도들에게 폭행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성탄절이 어둡기만 합니다. 캐럴도 들리지 않고 크리스마스 장식도 그 빛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초 한 자루라도 마음 놓고 밝힐 수 있어 행복합니다.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낼 수 있어 감사하고,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성탄감사예배를 할 수 있어 기쁨이 넘칩니다. 성탄을 마음껏 즐기시기를. 그래도 살아있어 성탄이 오는 것을 알 수 있으니 감사하지 않습니까? 비록 아픔이 있지만 그래도 구주가 오시니 기쁘지 않습니까?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함께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습니까? 성탄의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Merry Christmas!


(구교환 목사 /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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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초 한 자루
  • 202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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