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노란손수건

  • 성지현
  • 2023.02.04 오전 11:53

  한 남자가 플로리다로 가는 버스를 타고 있었습니다. 여러 시간이 지나도록 그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휴게소에 들렀을 때에도 남자는 그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침울하고 근심에 싸여 있던 남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한 중년 여인이 커피와 도넛을 들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습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하고 날씨 인사도 건넨 다음 여인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디까지 가는지, 그곳에 가면 누가 기다리고 있는지? 여인의 친절함에 남자는 굳게 닫혔던 입을 열고 마침내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4년 동안 뉴욕형무소에서 살았어요. 이제 만기가 되어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나는 아내에게 나를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라고 했습니다. 나 같은 놈 기다리지 말라고. 그로부터 지난 2년 동안 아무 소식이 없었답니다. 면회도 오지 않았고 편지도 없었지요. 아내가 새 인생을 시작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출감 날짜가 가까워지자 딱히 갈 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집으로 가기로 작정했습니다. 마을 입구에 큰 참나무가 하나 있습니다. 지난 달 아내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만일 나를 받아준다면 그 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하나 매달아 놓으라고. 이제 동네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요. 손수건이 걸려 있지 않으면 제 인생은 끝입니다. 불안해서 죽겠습니다.”

 

  주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자기 일도 아니지만 모두들 가슴을 졸였습니다. 이제 한 구비만 돌아서면 바로 그 마을입니다. 참나무, 마을 입구에 있다는 참나무, 노란 손수건은 과연 걸려 있을까?

  모두들 창밖을 주시하고 있는데 앞자리에 있던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노란 손수건이다!” 모두들 탄성을 질렀습니다. “나무가 노랗게 물들었다!” 노란 손수건이 꽤 많이 걸려 있었습니다. 남편의 편지를 받고 아내는 아내대로 생각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동안 손꼽아 남편을 기다렸는데, 손수건 하나만 묶어 놓으면 혹시라도 남편이 보지 못하고 지나쳐 버릴까 걱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며칠 전부터 나무에 올라 노란 손수건을 매고 또 매고. 그래서 참나무가 노랗게 변해 있었던 것입니다.

  탕자를 기다리는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눈이 빠지게 아들을 기다렸습니다. 그날 동구밖을 내다보는데 멀리 아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쏜살같이 달려가 아들의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습니다.

(구교환 목사 / changek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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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란손수건
  • 202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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