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호떡값이 올랐어요

  • 성지현
  • 2023.11.04 오후 12:50

  너무 익숙해져서 아무 생각 없이 넘어가는 일들이 적지 않습니다. 늘 그래 왔기에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많습니다. 늘 그래 왔기 때문에 감사하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내가 차려 주는 밥상을 대하면서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하는 남편에게 왜 늦게 오냐고 투정만 부렸지 수고했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오고 있습니다. 교회에서도 어렵게 봉사하는 성도들에게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핀잔만 주었을 뿐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도시에 어린 삼 남매를 키우는 과부가 있었습니다. 과부는 먹고살기 위해 길거리에 나가 호떡을 팔았습니다. 여섯 살 큰아들은 어린이집에 보내고, 둘째는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막내는 등에 업고 온종일 호떡을 구웠습니다. 허리는 끊어질 듯 아프고 날씨는 무섭게 추웠습니다. 손발은 동상에 걸린 지 오래입니다.

  어느 날, 끙끙거리며 호떡을 굽고 있는데 한 노신사가 왔습니다. “아주머니, 호떡 하나에 얼마입니까?” 과부는 추위에 움츠러드는 목을 펴며 답을 했습니다. “천 원입니다. 한 개에 천 원인데요.” 과부의 답을 들은 노신사는 지갑에서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냈습니다. 그런데 호떡을 받지 않고 돌아섰습니다. 과부는 얼른 호떡을 싸서 들고 신사를 불렀습니다. “아니, 손님, 호떡 가져가셔야죠.” 과부의 말에 노신사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속이 좋지 않아서요. 먹은 셈 치겠습니다.” 과부는 참 이상한 사람도 다 있구나하는 생각으로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그 노신사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전날과 똑같이 천 원을 놓고는 그냥 가버렸습니다.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노년의 신사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천 원을 놓고 그냥 가버렸습니다.

  그리고 봄이 왔습니다. 여름, 가을을 넘어 겨울이 되었습니다.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함박눈이 소복이 쌓이던 어느 날, 그 날도 노신사는 어김없이 찾아와 빙그레 웃으며 천 원을 놓고 돌아섰습니다. 그때 중대한 결심이라도 한 듯 과부가 황급히 따라나섰습니다. 총총걸음으로 달려와 노신사를 붙잡은 과부는 수줍은 듯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습니다. 하지만 과부는 분명한 어조로 입을 열었습니다. “저기, 손님, 그런데 호떡값이 올랐거든요.”

  호떡값이 인상된 것을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은 노신사의 불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또박또박 들이대고 있는 과부는 무슨 마음이었을지요? 어쩌면 감사할 줄도 모르는 우리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

(구교환 목사 / changek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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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떡값이 올랐어요
  • 2023-11-04
  • 성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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