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잊을 수 없는 것들

  • 성지현
  • 2023.05.21 오전 07:02

  미국의 어느 도시, 경비행기에 서로 모르는 몇 사람이 타고 있었습니다. 꽤 유명한 과학자, 20대 젊은이, 그리고 목사 한 분, 비행기를 조종하는 기장까지 모두 4, 그런데 이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엔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이 비행기를 버려야 할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낙하산이 세 개밖에 없었습니다. 하나가 모자랐습니다. 그때 기장은 낙하산 하나를 둘러매고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고 알려주고 먼저 뛰어내렸습니다. 이번에는 과학자가 가방 하나를 챙겼습니다. “중요한 학회가 있어 빠질 수가 없답니다.”

  이제 두 명 남았고 낙하산은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목사님이 비장한 표정으로 청년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목사라네. 내게는 영생이 있다네. 젊은이, 걱정하지 말고 자네가 낙하산을 챙겨 떠나게나. 나는 문제 없어.” 목사님 말에 젊은이가 울컥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낙하산을 챙기다 말고 젊은이가 소리쳤습니다. “목사님, 여기 낙하산이 두 개가 있어요.” 과학자가 둘러맨 것이 낙하산이 아니었습니다. 급한 나머지 보이스카우트 배낭을 낙하산으로 착각한 모양이었습니다.

  어느 전철역, 휠체어를 탄 자매가 있었습니다. 오도 가도 못하는 것을 발견한 청년 몇이 달려들어 휠체어를 번쩍 들어 큰길까지 옮겨 주었습니다. 청년들과 자매, 말없이 웃으며 눈인사를 주고받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서울의 학원가 어디,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의 손수레 위에 책가방을 얹어놓고 힘주어 밀어주는 재수생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유난이 말이 없던 어느 여집사님이 대낮에 교회에 오셨습니다. 누군가 볼 새라 살짝 예배당에 들어가 한 시간 넘게 기도를 하셨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인지. 하지만 교회를 나갈 때는 그 얼굴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 평화스러운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기온이 오르고 있습니다. 눈을 감고 생각합니다. 뙤약볕 아래 주차장에서 봉사하시는 분들, 그리고 땀을 흘리며 음식을 차려내는 식당 봉사자들의 환한 얼굴이 떠오릅니다. 성가대, 교사, 임원들, 주를 위해 봉사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천사와 같은 모습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또 하나,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우리 주님, 그 아름다운 사랑 역시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의 십자가의 피로 화평을 이루사 만물 곧 땅에 있는 것들이나 하늘에 있는 것들이 그로 말미암아 자기와 화목하게 되기를 기뻐하심이라”(1:20). 십자가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최고의 축복입니다.

(구교환 목사 / changek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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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잊을 수 없는 것들
  • 2023-05-21
  • 성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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