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4살짜리 아이의 기도

  • 구교환 목사
  • 2014.08.30 오후 02:30


4살짜리 아이의 기도


   세계적인 영성 지도자인 헨리 나우웬(Henri Nouwen)은 『데이브레이크로 가는 길』이라는 책에서 유럽특파원이었던 어느 기자의 제시라는 딸을 회상합니다. 제시는 4살 무렵 어느 날 아침, 거실 창가에 죽어 있는 참새 한 마리를 발견하였습니다. 제시는 아빠를 불러 질문을 던집니다.

 

"이 새는 지금 어디에 있어요?"

아빠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자 제시가 또 물었습니다.

"왜 죽었는데요?"

자신 없는 말투로 아빠는 얼버무렸습니다.

"새들은 하나같이 언젠가 땅으로 돌아가야 하거든."


   아빠의 말에 제시는 죽은 참새를 땅에 묻어주어야겠다며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조그만 상자를 준비하고 거기에 냅킨을 깐 다음 참새를 눕혔습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어린 동생이 장례 행렬을 이루었습니다. 아빠는 상자를 나르고 제시는 어설프게 만든 십자가를 들었습니다. 뒷동산에 올라가 땅을 파고 상자를 묻었습니다. 다시 흙으로 덮은 다음 그 위에 십자가를 꽂았습니다. 제시는 마지막으로 떠듬거리는 실력으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사랑하는 하나님, 여기에 불쌍한 참새를 묻었습니다. 얘한테 잘해 주세요. 그렇지 않면 죽여 버릴 거예요."


   이야기를 처음 읽으면서 죽은 참새의 장례를 치르는 4살짜리 여자 아이의 소박한 모습에 상큼함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귀여운 여자아이의 입에서 죽여 버린다는 말이 나올 때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4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인데 벌써 이런 말을 쓰고 있다는 것이 암울하기만 합니다. 그것도 눈을 감고 하나님을 향해 기도하면서…. 이런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말(言)이 문제입니다. 세월호 피해자 누구 아빠는 대통령을 향해서 막말을 했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또 광화문 농성장을 찾은 어느 종단의 최고지도자가 한 말을 가지고 이러니저러니 패가 갈리고 있습니다. 조금씩만 더 자제하고 한걸음만 물러서서 보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을 어이없는 소모전만 이어지고 있습니다.


   생각하는 것이 좀 더 유연하고 마음이 조금씩만 더 넓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우리 세상은 네 살짜리 아이조차 죽여 버리겠다고 윽박지르는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문득 노자(老子)라고 하는 중국 주나라의 철학자가 인간관계 이론이 머리를 스칩니다. 첫째, 진실함이 없는 말을 늘어놓지 말라. 둘째, 말이 많음을 삼가라. 셋째, 아는 체 하지 말라. 넷째, 돈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 다섯째, 다투지 말라. 언제나 말(言)이 문제이고 욕심이 다툼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침 한 번 삼키는 정도라도 조금씩 너그러웠으면 좋겠습니다.





  •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1
  •  4살짜리 아이의 기도
  • 2014-08-30
  • 구교환 목사

게시글 확인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게시글 삭제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게시글 수정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