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소는 살고 말은 죽고 (牛生馬死)

  • 구교환 목사
  • 2014.09.20 오후 01:10


소는 살고 말은 죽고 (牛生馬死)


   말과 소는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짐승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소는 농경문화에서 절대적인 존재이고, 말은 전쟁에서 승리를 위한 결정적인 조건입니다. 말은 재주가 많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잘 달릴 수 있고 수영도 잘합니다. 이에 비한다면 소는 잘 달리지도 못하고 수영을 못합니다. 아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에 비해 소의 수영 실력은 형편이 없다고 합니다.


   쉽게 생각하면 말이 소보다 우월한 짐승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홍수가 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갑자기 몰아닥친 깊은 물에 소와 말이 동시에 빠지면 소는 살아나오는데 말은 익사를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말은 수영을 잘하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강한 물살을 거슬러 헤엄을 칩니다. 워낙 수영을 잘하기 때문에 웬만한 물살을 이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물이 점점 불어나고 이내 힘이 빠지면 말은 제자리를 맴돌 뿐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결국 지쳐서 익사를 하게 됩니다.

 

   소는 다릅니다. 소는 절대로 물살에 거슬러 헤엄을 치지 않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알기 때문에 그냥 떠내려가는 쪽을 선택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떠내려 오다가 조금씩 강기슭으로 접근하고 어느 순간 발이 땅에 닿으면 엉금엉금 걸어 나오는 것이 소입니다. 수영을 잘하는 말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다 힘이 빠져 익사하고, 수영에 재주가 없는 소는 물살에 편승해서 조금씩 강가로 나와 목숨을 건지게 된다는 이야기, 이것이 우생마사(牛生馬死), 즉 소는 살고 말은 죽는다는 사자성어의 내용입니다.

 

   요즘 나라 안팎으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능력 있다고 하는 이들이 갖은 재주를 부려보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자충수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힘 있는 정치인도 아니고 높은 자리의 관료도 아니기에 소시민들은 묵묵히 참고 기다릴 뿐입니다.

 

   자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루아침에 세상을 바꾸어놓을 듯이 큰소리 칠 것도 없습니다. 말처럼 재빠르지는 않지만 대신 소처럼 조금은 우직하게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여호와 앞에 잠잠하고 참고 기다리라 자기 길이 형통하며 악한 꾀를 이루는 자 때문에 불평하지 말지어다”(시37:7)라는 말씀을 기억합니다.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자기 능력을 믿고 설치는 인생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묵묵히 걸어가는 삶이 마지막에 가서 웃을 것입니다. 牛生馬死—말이 되느니 차라리 소가 되어 오래오래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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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는 살고 말은 죽고 (牛生馬死)
  • 2014-09-20
  • 구교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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