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묵언(黙言)의 승자

  • 구교환 목사
  • 2014.10.11 오후 02:02


묵언(黙言)의 승자


   “상대방에게 비난의 소리를 들을 때 맞받아 대꾸하지 말라. 다만 그 마음을 가만히 비추어 보라.” 법상이란 스님이 한 말입니다.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습니다. “만약 분노하여 그들을 해치거나 맞받아쳐 함께 욕을 하고 헐뜯는다면 상대에게 지는 것이다. 그러나 묵언(黙言)을 지키고 마음의 빛을 안으로 거두어 속 뜰의 울림을 비추어볼 수 있다면 상대에게 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승리하는 것이다.”


   지난 한 주간 우리 주위에는 크고 작은 싸움들이 이어졌습니다. 터키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는 이슬람 반군들과의 치열한 교전이 계속되고, 권력 실세 3인방이 다녀간 북한에서는 며칠 뒤 물리적 공격을 감행해 왔습니다. 물론 우리 쪽에서도 응사를 해서 티격태격한 모양입니다. 서해 어디에서는 중국 불법 어선들을 단속하기 위해 우리 해경이 출동했고 그 와중에 중국 선원 한 명이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싸움은 가까이에도 있었습니다. 동네 어디서인지 언성을 높이고 싸우는 부부가 있었고, 길거리에서는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하는 운전자들의 고함소리가 들렸습니다. 작은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서로 내 거라고 우기며 싸웁니다. 어른들은 자존심이 상했다며 울고불고 난리를 칩니다.


   법상의 말대로 상대방의 모진 공격에도 웃고 넘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들어도 못 들은 척, 보아도 보지 못한 척할 수만 있으면 우리가 싸우는 싸움의 절반은 사라질 것입니다. 묵언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의 원제목은 「Tongue Fu」입니다. 중국 권법 ‘쿵후(Kung Fu)’가 손과 발을 사용하여 싸우는 기술이라면 'Tongue Fu'는 말을 사용해서 싸우는 기술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인 샘 혼(Sam Horn) 박사는 대화의 기술 56가지를 설명하는데 그 첫 번째 기술이 바로 묵언입니다. 다시 말해 버럭 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기다리라는 것입니다. 조용히 참고 기다리다 보면 누가 승자인지 분명해집니다.

 

   우리는 크리스천입니다. 크리스천이란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입니다. 최소한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훈련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누군가 우리를 공격해 올 때 맞받아 대꾸하거나 반발을 하는 것으로는 예수님을 닮아간다 할 수 없겠습니다. 묵언(黙言)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면 우리를 공격하는 자를 위해 기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원수를 위해 기도할 수 있다면 성자(聖者)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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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묵언(黙言)의 승자
  • 2014-10-11
  • 구교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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