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건강하게 사시다 천국 가세요

  • 구교환목사
  • 2014.03.08 오전 11:28

  건강하게 사시다 천국 가세요

 

  제5차 네팔 비전트립을 다녀온 지도 벌써 한 주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보고 경험했던 순간들이 머리 한 쪽에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 2월 26일 고카르나교회에 들렸을 때 만났던 노인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오후였기 때문에 대부분 아이들과 아낙네들, 그리고 몇몇 젊은 사역자들이 예배당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쪽 구석에 80은 훌쩍 넘어 보이는 노인 한 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남루한 옷차림에 얼굴에는 주름살이 깊었습니다. 그 연세에 전통신앙을 포기하고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젊은이들 찬송하는 것도 잘 따라하지 못했고 앉아 계신 것조차도 불편해 보였습니다.

 

   예배를 마쳤습니다. 고카르나교회 목사님께서 노인을 데리고 오시더니 안수를 해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옷은 지저분하고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눈 딱 감고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했습니다. 기도를 마치자 노인은 예배당 안에 하나밖에 없는 2인용 소파로 안내했습니다. 그리고는 탁자 위에 있는 비스킷을 몇 개 집으시더니 먹으라고 권했습니다.

 

   순간 여러 생각이 겹쳤습니다. 지저분한 머리, 꼬질꼬질한 옷, 그리고 때가 덕지덕지 끼어있는 손 등등,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예수님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를 위해 이 땅에 오셨고 우리 죄를 대신 짊어지고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 예수님은 나병환자에게 손을 대셨고(마8:3), 열병을 앓고 있는 여인의 손을 만지셨습니다(마8:15). 그리고 예수님은 이미 숨이 멎은 한 소녀의 손을 잡으셨습니다(마9:25). 그런데 예수님의 복음을 전한다는 자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부끄러웠습니다.


   노인이 건네는 비스킷 하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반을 잘라 노인에게 드렸습니다. 깊게 패인 주름살 사이로 씩 웃으시며 노인은 또 하나의 비스킷을 잘라 그 반을 건네셨습니다. 그렇게 노인과 함께 몇 개의 비스킷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하나씩 먹어도 될 것을 굳이 반반 나누어, 한 마디 말도 없이, 공원 벤치에 앉아 사랑을 나누는 연인처럼 말입니다.


   그 날 주님께서 함께 하셨습니다. 함께 찬양하고 기도할 때, 그리고 함께 비스킷을 나누고 있을 때 주님도 그 자리에 함께 하셨습니다. 작별할 시간이 되자 노인께서 손을 흔드셨습니다. 손을 흔들어 답례를 하다 눈이 마주쳤고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주 다가가 포옹을 했습니다. "할아버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그리고 예수 잘 믿고 천국 가세요!" 노인은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흔드셨습니다(네팔 사람들은 알아들었을 때 고개를 좌우로 흔듭니다).


   어쩌면 그 노인이 예수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날 그렇게 피곤에 지친 심령을 위로하셨습니다.





  •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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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하게 사시다 천국 가세요
  • 2014-03-08
  • 구교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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