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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석평의 노비 문서

  • 구교환목사
  • 2014.03.22 오전 11:13

반석평의 노비 문서


  옛날에 반석평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반석평은 양반 가문의 서자로 태어나 노비의 신분으로 이 참판 댁의 종으로 살았습니다. 하지만 지혜가 있고 공부에 대한 열의가 있던 반석평은 주인집 아들이 공부하는 동안 몰래 밖에서 도둑 공부를 했습니다. 반석평의 재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본 주인은 그의 노비 문서를 불태우고 그를 어느 돈 많은 양반 집안의 양자로 들어갈 수 있도록 주선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반석평은 양반 신분을 얻게 되었고 1507년 과거에 급제하여 후에 형조판서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형조판서 시절 반석평은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자신의 노비 신분을 없애준 주인의 아들 이오성을 만나게 됩니다. 그동안 주인 집안은 몰락했고 주인의 아들은 가난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당시 종2품이었던 반석평은 거지 행색을 하고 있는 이 참판의 아들을 보자 곧바로 수레에서 내려 큰절을 했습니다.


   그 후 반석평은 임금에게 자신이 노비 신분이었음을 밝히고 대신하여 이오성에게 벼슬을 내려줄 것을 청하였습니다. 이를 기특하게 여긴 임금은 원래 신분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반석평이 양반의 지위는 물론 관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그리고 이오성에게도 그 아버지의 선행을 인정하여 벼슬을 내렸습니다.


   노비 신분에서 재상의 자리에 오른 반석평은 후에 종1품인 좌찬성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그 후에도 반씨 가문은 양반의 가문을 유지했고 계속해서 관직에 올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반석평의 직계 후손 가운데 1944년 충북 음성 땅에서 '기문'이라는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반기문은 2006년 10월 13일, 192개 유엔 회원국으로부터 만장일치로 추대되어 제8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공식 선출되었습니다.


   대인(大人)이 나기 위해서는 누군가 결정적 역할을 해주는 이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본인 자신의 피눈물 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반석평의 인생에 이 참판 어른의 도움이 없었다면 반씨 가문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자기가 데리고 있는 노비의 노비 문서를 불에 태우고 자유인으로 만들어 주었던 선행은 훗날 큰 상급으로 돌아온 것도 중요한 대목입니다. 선행은 어떻게든 보상받게 마련입니다.


   반석평의 노비 문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리가 지은 죄의 목록이 적힌 문서를 십자가로 소멸하신 예수님의 사랑이 생각납니다. 차원이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예수님께서 우리의 신분을 사랑받는 자로 바꾸어주신 것은 분명합니다. 십자가의 사랑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심판받을 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부끄러움을 개의치 않으시고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 하나님께서는 그를 높여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게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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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석평의 노비 문서
  • 201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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