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추석을 기다리며

  • 구교환목사
  • 2013.09.07 오후 12:27

 

추석을 기다리며

 

  일본에 나가오 마키(長尾卷)라는 젊은 목사가 있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가오목사는 신학교를 졸업하고 교회가 없는 지역을 찾아 가나자와란 곳에 아내와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교회를 개척하였습니다. 그런데 5년이 지나도록 신자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매주일, 그리고 수요일 저녁이면 나가오목사는 가족들을 앉혀 놓고 예배를 인도했습니다.

 

  5년이 지난 어느 수요일, 드디어 젊은 남자 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기쁨으로 예배를 마친 나가오목사 부부는 청년을 집으로 초대하여 저녁식사를 대접했습니다. 그런데 식사를 하던 청년은 갑자기 각혈을 하고 쓰러졌습니다. 온 방안이 피범벅이 되었지만 목사 부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난장판이 된 식탁을 정리하고 다시 정성을 다해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천사와 같은 목사 부부의 모습에서 청년은 예수님의 사랑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청년은 창녀의 아들로 태어나 네 살, 다섯 살에 연달아 부모를 잃었습니다. 갖은 학대 속에서 살아가던 청년은 중학교 때 어느 노방전도 팀에 의해 예수님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후 중학교 담임교사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예수님을 영접하였습니다. 그리고 신학교에 입학했는데 2학년 때 폐병에 걸려 사선을 넘나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죽기 전에 예수님을, 아니면 예수님을 닮은 사람이라도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으로 여기저기 떠돌다가 나가오목사의 교회까지 온 것입니다.

 

  이 청년이 바로 훗날 일본의 성자로 불리는 가가와 도요히코(賀川豊彦 1888-1960)입니다. 나가오목사 부부의 극진한 돌봄 가운데 건강을 되찾은 가가와는 신학교를 졸업하고 도쿄에서 빈민들을 위한 구제 사업에 헌신합니다. 당시 도쿄에는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들을 위해 가가와는 음식을 제공하고 입을 것을 나누어주었습니다. 특히 극심한 변비로 고생하던 빈민들의 항문을 가가와 도요히코가 혀로 녹여냈다는 이야기는 전설 같은 이야기로 남아 있습니다.

 

  이웃을 위해 봉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나 하나 살아가기도 바쁜데 어느 세월에 이웃의 아픔을 돌아볼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달라야 합니다. 모두들 자기 하나 먹을 것을 위해 애를 쓰고 있을 때 우리들은 옆에 누가 있는지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고향에 간다고 부모님 만날 생각에 부풀어 있을 때 옆집에 혼자 사는 할머니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추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쁜 일정이겠지만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생명까지 던져주신 그리스도를 묵상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주님으로부터 받은 사랑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이웃과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함으로 우리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보여줄 수만 있다면 하늘에 계신 하나님도 기뻐하시리라 믿습니다.




  •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1
  •  추석을 기다리며
  • 2013-09-07
  • 구교환목사

게시글 확인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게시글 삭제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게시글 수정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