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목수이야기

  • 구교환목사
  • 2013.06.29 오전 10:48

 

목수이야기

 

  수십 년을 목수로 살아온 이가 있었습니다. 목수 경력 40여 년, 그것도 같은 회사에서 한결 같은 마음으로 일을 했습니다. 어느 날, 목수는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녀들도 잘 자라주었고, 그 동안 돈도 벌 수 있는 만큼 벌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여행도 다니고 인생을 즐겨야겠다고 생각한 목수는 드디어 은퇴를 결심하였습니다.

 

  목수는 사장을 찾아갔습니다. 그 동안 감사했다고, 그리고 이제부터는 쉬어야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참 성실하게 일을 해주었는데 그만 두겠다는 말에 사장은 아쉬움이 컸습니다. 사실 목수는 아랫사람들을 데리고 무슨 일이든 잘 해주었습니다. 덕분에 사장은 마음을 놓고 현장에는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아쉬움은 컸지만 사장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장은 한 가지 부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당장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없으니 마지막으로 집을 한 채 지어달라고 했습니다. 공기 좋고 햇볕 잘 들고 뒤뜰도 넉넉했습니다. 누가 보아도 좋은 곳이었습니다. 목수는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의 정도 있고 또 마지막이라니 집 한 채 짓는 것이야 어렵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집을 짓기 위해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목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대충대충, 그리고 건축자재 역시 적당히 그렇고 그런 것들로 구입을 했습니다. 집을 짓는 과정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목재를 자를 때도 대강대강, 못을 하나 박더라도 대충대충, 그렇게 집 한 채를 지었습니다. 이제 보면 언제 또 보겠나며 목수는 얼렁뚱땅 집을 지은 것입니다.

 

  건축이 마무리되었다는 소식에 사장이 왔습니다. 여기저기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목수가 손수 지은 집이기에 사장은 뭐라 하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사장은 집 열쇠를 목수의 손에 쥐어 주며 입을 열었습니다. 그 동안 수고했다고, 너무 감사해서 이 집을 선물로 드리니 이 집에서 행복하게 살라고. 목수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정성을 다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마음 가득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 대충대충 박아버린 못들이 눈앞에 어른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 인생이 그런 것 같습니다. 지나 버리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도 결국은 다시 돌아오는 것이 인생입니다. 내가 하는 말도, 내가 하는 행동도 결국에는 내가 받아야 할 몫이 됩니다. 그러기에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소중하게 여겨야 하고, 잠시 밟는 땅도 내가 살 고향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남이 아닌 바로 내가 살아갈 집을 짓는 목수의 마음으로 평생을 살 수 있으면 더 많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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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수이야기
  • 2013-06-29
  • 구교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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