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애굽으로 가는 중에

  • 구교환목사
  • 2013.04.23 오후 05:28

 

애굽으로 가는 중에

 

  헤브론에 머물고 있었을 때 야곱은 아들들의 안부를 묻기 위해 요셉을 세겜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안타갑게도 요셉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야곱의 아들들 손에는 붉은 피가 흥건한 요셉의 채색옷이 고작이었습니다.

 

  그 끔찍한 사건 이후, 22년이 흘렀습니다. 온 땅에 기근이 들어 죽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할 수 없이 야곱은 아들들에게 애굽에 가서 먹을 것을 구해오도록 지시하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들들은 요셉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시름시름 앓던 노인이었지만 요셉이 자기를 태우려고 보낸 수레를 보고 야곱이 기운을 차렸다고 합니다(45:28).

 

  이 때 야곱의 나이가 130이었습니다. 먼 길을 여행한다는 것이 사실 무리였지만 야곱은 죽기 전에 아들을 보겠다는 생각에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헤브론에서 애굽까지 가까운 길이 아닙니다. 이방 나라였고 생면부지의 땅이었습니다. 이제 가면 언제 올지 모르는 멀고 험한 길이었습니다. 두려운 생각이 가득했지만 야곱은 식솔들과 함께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아마 아침 일찍 출발했을 것입니다. 그 날 오후 늦은 시간, 아니면 이틀 정도 지난 다음, 야곱의 일행은 헤브론 남단 43Km에 위치한 브엘세바에 도착합니다. 브엘세바는 이스라엘 최남단에 위치한 도시로 할아버지 아브라함과 아버지 이삭이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던 곳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야곱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숨결을 느끼며 깊은 감회에 젖었을 것입니다.

 

  당연히 야곱은 이곳 브엘세바에서 희생제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그 날 밤, 하나님은 야곱에게 나타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야곱아! 야곱아!"(46:2) 하고 다정하게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몇 가지 중요한 약속을 하셨습니다. "내가 거기서 너로 큰 민족을 이루게 하리라 내가 너와 함께 애굽으로 내려가겠고 반드시 너를 인도하여 다시 올라올 것이며 요셉이 그의 손으로 네 눈을 감기리라"(46:3-4). 이 내용들은 하나 같이 야곱이 부담스럽게 생각하던 것들이었습니다. 과연 어떻게 될까? 내 인생은, 우리 가족의 앞날은? 다시 돌아올 수는 있을까? 하지만 하나님은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 분명한 약속을 주셨습니다. 130살 노인에게 사랑하는 아들의 품안에서 죽을 것이라는 것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바쁜 와중에 희생제사를 드리는 야곱의 믿음을 생각해 봅니다. 마음도 편치 않은데, 피곤한데, 여행 중에 제사를 한다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곱은 제사를 했고 하나님은 제사를 드리는 야곱을 축복하셨습니다. 야곱은 바쁘다는 핑계로 예배를 소홀히 하는 우리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야곱처럼 희생제사, 즉 예배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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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굽으로 가는 중에
  • 2013-04-23
  • 구교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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