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감사해요, 그리고 축복해요

  • 구교환목사
  • 2013.02.08 오후 02:19

 

감사해요, 그리고 축복해요

 

  80을 훌쩍 넘기신 어른과 깊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가물가물해지는 정신을 바로 잡기 위해 애를 쓰며 당신의 삶을 들려주셨습니다. 한참 이야기하시다가 순간 정신 줄을 놓치면 한참을 멍하니 앉아 계셨습니다. 그러다가 정신이 돌아오면 깜박 했던 것에 겸연쩍어 하시면서 이내 환하게 웃곤 하셨습니다.

 

  어르신네의 말씀 가운데 가슴을 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슨 일을 하다가 죽으면 좋을까를 생각하신다는 것입니다. "장수는 전쟁터에서 죽고, 소방관은 불을 끄다 죽으면 명예스러운데 나는 무엇을 하다 죽어야 하나요?"라는 말속에는 명예스러운 죽음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었습니다. 아마도 한국전쟁 중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생명을 바쳤던 전우들 생각에 하시는 말씀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야기의 화제를 돌렸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무슨 일을 하고 싶으냐고 여쭈었습니다. 어른은 이제 와서 무엇을 할 수 있겠냐며 손사래를 치셨습니다. 당신 스스로 숟가락 하나 들지 못하는 입장에서 하고 싶은 운운 하는 것은 부질없는 질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른께서는 이야기 가운데 여기저기 돌아오시더니 이내 정확히 짚어내셨습니다.

 

"생각할 수 있고 말할 수 있을 때 감사하다고 말해야지요.

그래도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을 때 잘 살라고 축복이라도 해주어야지요."

 

  감사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은 사람, 잘 살라고 축복해주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어른께서는 배시시 웃으시며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이어가셨습니다. 가족들, 친구들, 성도들 등등 여러 분들의 이름과 관계가 거명되었습니다. 또 있는데, 또 있는데 하시더니 스스로 잠이 드셨습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깨어나지 않으셔서 혼자서 기도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막 일어나려는 순간 어른께서 내 손을 붙잡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도 해 봐요. 감사하다고 말하고 잘 살라고 축복해주어요. 미리미리."

 

  어느 산악인이 에베레스트 등반길에 산에서 죽었는데 사람들은 그를 진정한 산악인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스위스의 어느 교회의 종치기는 와병으로 누워 있다가 종치는 시간, 마지막으로 종을 치고 죽었다고 합니다. 무엇을 하다가 어떻게 죽느냐 하는 것은 인생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열심히 살다가 마지막 순간 지인들에게 "감사했어요, 잘들 살아요!"라고 축복하고 하나님 나라에 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른의 말씀대로 미리미리 그렇게 말하며 살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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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사해요, 그리고 축복해요
  • 2013-02-08
  • 구교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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