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군대, 병원, 그리고 감옥

  • 구교환목사
  • 2013.03.03 오후 09:27

군대, 병원, 그리고 감옥

 

  1800년대 일본에 후쿠사이라는 화가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친한 친구가 찾아와 수탉을 그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친구의 부탁을 받은 후쿠사이는 친구에게 일주일 있다가 오라고 대답했습니다. 친구는 약속대로 일주일 후 후쿠사이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그림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된 거냐?" 했더니 후쿠사이는 아무 말 없이 한 달 뒤로 약속을 미루었습니다. 한 달 뒤, 후쿠사이는 다시 한 달 뒤로 연기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후쿠사이는 계속해서 미루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3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친구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만 두자며 화를 냈습니다. 후쿠사이는 친구의 눈치를 살피다가 그 자리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후, 정말 살아있는 것 같은 그림이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완성된 그림을 들고 두 사람은 작업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는 온통 수탉 그림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친구는 후쿠사이가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진정한 사나이가 되려면 세 곳을 다녀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첫째는 군대이고, 둘째는 병원이고, 그리고 셋째는 감옥입니다. 이 세 군데 모두 고생을 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곳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곳입니다. 이와 같은 곳에서 사람은 단련되고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뜻으로 톨스토이는 군대와 병원, 그리고 감옥을 거론했던 것입니다.

 

  사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사순절 기간 동안 주님의 십자가를 묵상하며 절제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가르쳤습니다.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자기를 단련하는 절기가 사순절입니다. 초대교회는 수세기 동안 교회는 사순절 동안 하루 한 끼만 먹는 금식을 시행했었습니다. 육식과 계란을 포함하여 기름진 음식을 금했습니다. 물론 연회나 오락 역시 금지되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금욕에 대한 가르침이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했는데 9세기 무렵에는 오후 3시 이후 식사를 허용했고, 15세기에는 점심식사와 생선과 우유로 만든 제품도 허용이 되었습니다. 우리 시대에는 사순절을 보내면서도 금식이나 자기 절제에 대해서 강조하는 것을 보기 어렵습니다. 심지어는 고난주간에도 잔치를 하고 있으니 세월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할 수 있겠습니다.

 

  형식을 강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진솔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군대, 병원, 감옥에서 사는 사람처럼 자기를 절제하고 십자가 밑에 자기 자신을 복종시켜 나가야 하겠습니다. 3년이 넘도록 수탉만 그렸다는 그 화가의 마음으로 예수님을 닮아 가겠다는 영적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달려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순절 셋째 주일을 맞으면서 절제, 자기통제 혹은 자기 단련이라는 단어들을 종이에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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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대, 병원, 그리고 감옥
  • 2013-03-03
  • 구교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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