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농부와 신하의 차이

  • 구교환목사
  • 2013.04.06 오전 10:59

 

농부와 신하의 차이

 

  아주 먼 옛날, 어느 나라에 농부가 하나 살았습니다. 어느 해 봄이 되자 농부는 밭을 일구고 한 쪽으로 당근을 심었습니다. 당근은 잘 자랐습니다. 특별히 하나가 아주 크고 길쭉하게 잘 자랐습니다. 농부는 당근을 시장에 내놓는 대신 임금님께 가지고 왔습니다.

 

                  "임금님이시여, 이것은 제가 여태껏 기른 것 중에 가장 큰 당근입니다.

                  이렇게 크고 잘 생긴 당근을 본 적도 없거니와 앞으로도 이보다 더

                  큰 당근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폐하에 대한 제 사랑과 존경의

                  표시로 이 당근을 드리고자 합니다."

 

  임금은 어린아이같이 좋아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당근보다도 자기를 생각하는 농부의 마음에 감동을 받은 것입니다. 싱글벙글하던 임금은 흔쾌한 마음으로 농부에게 왕궁 소유의 커다란 땅을 선사했습니다.

 

  마침 신하 하나가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신하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당근 하나 선물하고 저 정도의 땅을 하사 받는다면 더 좋은 것을 갖다드리면 임금으로부터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며칠 뒤 신하는 어디서 구했는지 아주 멋지게 생긴 검정색 말을 한 필 끌고 나타났습니다. 누가 보아도 당대 최고의 명마(名馬) 같았습니다.

 

                 "임금님! 제가 여러 필의 말을 기르고 있는데 지금까지 본 것들

                 가운데 이 말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보다 더

                 훌륭한 말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말을 폐하를 향한

                 제 존경의 표시로 드리고자 합니다. 부디 받아 주시옵소서."

 

  임금이 보아도 말은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임금은 고맙다는 말만 하고는 신하를 물렸습니다. 당황한 신하는 왜 선물을 주지 않느냐며 의아해 했습니다. 안타까운 눈빛으로 임금은 신하를 향해 말했습니다. "농부는 내게 최고의 당근 하나를 주었소. 당신 역시 최고의 말을 내게 가져왔소. 하지만 당신은 그 말을 내게 준 것이 아니라 당신 자신에게 준 것이오."

 

  임금은 신하의 마음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습니다. 만약 말 그대로 임금을 존경했다면 신하는 그 대가를 바라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뭔가를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사랑이나 존경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입니다. 대가성 뇌물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무엇을 받기 위해 준다면 차라리 아무 것도 주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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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와 신하의 차이
  • 2013-04-06
  • 구교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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