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선녀와 나무꾼

  • 성지현
  • 2023.04.08 오전 10:17

  얼마 전 후배 목사를 만났는데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제주도 조천읍에 있는 테마 공원에 갔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참 좋았다고 후배 목사는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선녀와 나무꾼이야기는 전 세계에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나라마다 그 내용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그 맥락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산속에 나무꾼이 살고 있었습니다어느 날, 나무꾼은 나무하러 갔다가 덫에 걸려 죽어 가는 노루를 발견합니다. 나무꾼은 서둘러 노루를 풀어주었고 기운을 회복한 노루는 나무꾼에게 비밀을 하나 알려줍니다. 깊은 산속 어디에 가면 폭포가 있는데 하늘에서 천사들이 내려와 목욕을 하는데 그 옷 한 벌을 챙겨두면 천사와 함께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천사에게 옷을 절대로 돌려주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습니다.

  나무꾼은 노루가 알려준 폭포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천사들을 발견하고 그 옷 한 벌을 감추었습니다. 옷을 잃어버린 천사는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할 수 없이 나무꾼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살았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나무꾼은 옷에 관한 비밀을 털어놓았습니다. 옷을 돌려받은 천사는 곧바로 아이들을 옆구리에 끼고 하늘로 올라가 버렸습니다. 나무꾼은 노루가 남긴 경고를 지키지 못한 것을 뉘우치며 평생을 살았습니다.

  「선녀와 나무꾼이야기가 동양에서는 조금 달라집니다. 그 일 이후로 땅에 내려오지 못하게 된 천사들은 대신 두레박을 내려 물을 길어 올렸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나무꾼은 그 두레박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버전은 조금 더 발전합니다. 하늘로 올라간 나무꾼은 이 땅에 살고 계신 부모님들이 걱정되었습니다. 고민 끝에 나무꾼은 용마(龍馬)를 구해 땅에 내려와 부모님을 만납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끓여 준 뜨거운 팥죽을 먹다가 흘리는 바람에 용마가 놀라 하늘로 도망을 쳤습니다. 결국 나무꾼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부모님을 모시고 열심히 살았다고 합니다. 추측건대 효()를 강조하는 우리나라에서 말에 말을 붙인 것 같습니다.

  부활주일입니다. 선녀와 나무꾼이야기를 기독교 버전으로 바꾸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마도 하늘에서의 멋진 삶을 경험한 나무꾼은 용마를 타고 내려와 부모에게 복음을 전했을 것입니다. 천국이 좋다고, 영생이 있다고. 나무꾼은 하늘에서 보내준 용마에 부모들을 모시고 하늘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온 가족이 하나 되어 천국에서 영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구교환 목사 / changek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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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녀와 나무꾼
  • 2023-04-08
  • 성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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