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보름달처럼 살아가기를

  • 구교환목사
  • 2012.09.27 오후 07:53

 

보름달처럼 살아가기를

 

  지난 21일 광주구장에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습니다. 국민 타자로 인기를 끌고 있는 선수가 연습을 하기 위해 운동장에 들어서자 홈팀 운동복을 입고 있던 한 남자가 "xxx 제일 싫어!"라고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선수는 깜짝 놀랐고 계속되는 고함 소리에 연습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드디어 선수는 어떤 결심을 했는지 관중석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불편한 기색 없이 고함을 지르고 있는 관중에게 다가가 야구공을 건네주며 미소를 날렸습니다. 자기가 욕을 하고 있는 선수가 자기에게 다가와 미소를 건네자 관중 역시 웃음으로 답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서는 그 선수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번지고 있었습니다.

 

  기원전 10세기 경, 다윗 임금이 아들 압살롬의 반역으로 곤궁에 빠졌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다윗은 밤중에 몇몇 수행원들과 함께 허겁지겁 도망을 쳐야 했습니다. 그런데 시므이라는 사람이 다윗을 따라붙었습니다. 시므이는 돌을 던지며 "꺼져라! 이 살인자야, 꺼져라! 이 불한당 같은 놈아!"(삼하16:7, 공동번역)라고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이 때 아비새라는 장수가 당장 건너가서 머리를 베게 해달라며 다윗의 허락을 구했습니다. 하지만 아비새의 요청에 대해 임금 다윗은 그냥 내버려 두라고 조용히 타이릅니다.

 

  얼마 후 반란군은 진압되고 다윗도 왕권을 회복하였습니다. 다윗이 왕궁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주와 욕을 퍼부었던 시므이가 다윗 앞에 나와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종의 패역한 일을 기억하지 마시오며 왕의 마음에 두지 마옵소서"(삼하19:19). 아비새는 죽여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또 다시 시므이를 용서하고 살려줍니다.

 

  요즘 같이 각박한 세상에 응징, 보복, 앙갚음 같은 단어들이 유행입니다. 하지만 믿음의 세계에서는 용서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축복입니다. 욕을 하는 자를 향해 웃을 수 있다면, 저주를 하던 자를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거인(巨人)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용서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예수님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자기를 십자가에 못 박는 이들을 위해 마지막 힘을 다해 용서를 구하셨던 분 아니십니까? 어느 날 제자들이 용서에 대해 물었을 때 주님께서는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할지니라"(18:22)고 대답하셨습니다. 그리고 주기도문을 가르치시며 우리가 먼저 용서해야 하나님도 우리 죄를 용서하신다고 강조하셨습니다(6:12).

 

  추석이 다가옵니다. 추석이 되면 둥그런 달이 최고입니다. 보름달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둥그런 보름달만큼이나 서로를 향해 미소로 나아갈 수 있는 넉넉함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둥글둥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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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름달처럼 살아가기를
  • 2012-09-27
  • 구교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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