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안경 할머니

  • 구교환목사
  • 2012.10.02 오후 10:46

 

안경 할머니

 

  미래학자 존 네이빗(John Naisbitt)은 '하이테크, 하이터치 (High Tech, High Touch)'라는 말로 큰 감동을 심어주었습니다. 하이테크란 고도의 과학 문명을 일컫는 말로 얼굴을 보지 않고 회의를 하고, 상대방의 표정을 살필 여유도 없이 짧은 몇 마디 문자로 의견을 주고받는 시대를 의미합니다. 어떤 분들에게 고마움의 선물을 보낼 때도 굳이 찾아다닐 필요 없이 컴퓨터 화면에 몇 차례의 클릭으로 충분한 세상이란 이야기입니다.

 

  하이테크 시대에 필요한 것이 하이터치입니다. 하이터치란 사랑을 가득 담아 만져주고 안아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핸드폰 문자보다는 친필로 쓴 엽서 한 장이, 전화 한 통보다는 찾아가 손이라도 한 번 만져보는 것이 훨씬 정감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야 정치인들 같이 의미 없는 악수로는 부족합니다. 단 한 번의 포옹이나 악수에도 사랑을 가득 담아야 한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정기적으로 찾아가 책을 읽어 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유명한 성우도 있었고 탤런트, 국어선생님, 연극배우도 있었습니다. 하나 같이 바쁜 사람들인데 시간을 내어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봉사자는 유명성우도 탤런트도 가수도 아닌 칠순을 넘기신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가 도착할 시간이면 장애인들은 문 앞까지 마중을 나와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책을 읽으려면 언제나 두툼한 돋보기를 걸쳐야 했습니다. 책을 펼쳐들 때면 어김없이 "어디 보자, 내 돋보기가 어디 있지?" 하는 바람에 장애인들은 할머니를 '안경 할머니'라고 불렀습니다. 돋보기를 써도 글씨가 잘 안보여 더듬거릴 텐데, 잇새로 바람이 새서 발음도 정확하지 않을 텐데, 다른 봉사자들은 안경 할머니의 인기 비결이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대체 왜들 안경 할머니를 좋아하지?"

"그러게나……?"

그런데 대답은 참 간단했습니다.

“안경 할머니가 왜 그렇게 좋으세요?”

“아? 예! 그거야 할머니는 늘 손을 꼭 잡고 책을 읽어 주시거든요.”

책 속에 든 몇 줄의 이야기보다 더 값진 것은 할머니의 손끝에서 손끝으로 전해지는 사랑이었던 것입니다.

 

  추석입니다. 그동안 떨어져 있던 가족과 친지들을 만날 것입니다. 안경 할머니만큼이나 따뜻하게 하이터치할 수 있으면 더 없는 축복의 시간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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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경 할머니
  • 2012-10-02
  • 구교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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