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화분에 물 주듯이

  • 구교환목사
  • 2012.10.16 오후 04:25

 

화분에 물 주듯이

 

  꽃을 사러 간다기에 몇 차례 따라나섰던 적이 있었습니다. 서울대 입구에 가면 꽃집이 몇 개 있는데 멀지 않은 곳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갈 때마다 어렸을 적 들었던 꽃집의 아가씨는 예쁘다는 노래 가사를 떠올리는데 사실 기대만큼 예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착해 보였습니다.

 

  화분을 살 때마다 늘 듣는 말은 물주는 방법입니다. 며칠 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물을 주느냐 하는 지침을 전달받습니다. 그 날도 예쁜 화초를 하나 구입하여 목양실 창가에 올려놓았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며 싹이 나는지, 물이 마르지 않았는지 꼼꼼하게 챙겼습니다. 그런데 꽃집에서 배운 대로 한다고 했지만 역시 화분에 물주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에 그 화초가 죽었습니다. 역시 물주는 것에 서툴렀던 주인의 불찰이었습니다. 며칠 바쁘다는 이유로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물을 제때 주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죽은 가지를 뽑아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뽑아보니 속으로는 축축했습니다. 물이 모자랐던 것이 아니라 물을 너무 많이 주어서 뿌리가 썩은 것이라고 옆에서 한 말 들었습니다.

 

  몇 해 전,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화초 키우는 것이 어찌 보면 사랑하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화초는 아무나 키우나?'라는 말도 있을 법 하지 않습니까? 물주고 싶다고 아무 때나 마구잡이로 주다 보면 화초가 죽는 것처럼 사랑도 다 방법이 있고 절차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한 마디로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줄 때 주고 받을 때 받아야 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나 혼자 좋다고 쫓아다니다가 보면 오히려 그것 때문에 상처를 입히고 힘들게 만들 뿐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사랑이 지식과 총명으로 풍성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1:9). 상대방이 무엇을 필요로 아는지 알아야 하고, 또 내 행동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생각하면서 사랑하라는 말입니다.

 

  마더 테레사는 "얼마나 많이 주느냐 보다 얼마나 많은 사랑을 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신학자 폴 틸리히는 "사랑의 첫 번째 의무는 상대방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것은 분명한데 그 방법이 문제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이 말하는 멋진 인생을 생각해 봅니다.

 

  "당신이 태어났을 땐 당신만이 울었고 당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날 때엔 당신 혼자 미소 짓고 당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울도록 그런 인생을 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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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분에 물 주듯이
  • 2012-10-16
  • 구교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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