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치즈 한 조각

  • 구교환목사
  • 2012.12.18 오전 11:03

 

치즈 한 조각

 

  치즈를 파는 가게가 있었습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고양이 한 마리가 치즈 한 조각을 물고 도망을 쳤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개 한 마리가 쏜살같이 좇아갔습니다. 좇고 쫓기던 개와 고양이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고 드디어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개는 사납게 짖어대며 물어뜯으려고 덤벼들었고 고양이도 이에 질세라 앞발을 날렵하게 휘두르며 맞섰습니다. 하지만 개와 고양이 모두 상대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지는 못했습니다.

 

  개와 고양이는 지쳐 갔고 결국 타협을 했습니다. "우리 여우한테 가자 중재해 달라고 하자." 고양이의 제안에 개도 좋다고 했습니다. 개와 고양이는 여우를 찾아 가 자신들의 입장을 늘어놓았습니다. 여우는 양쪽의 주장을 사려 깊은 표정으로 경청했습니다. 얼마 후, 여우는 "멍청한 것들 같으니라고!" 하며 개와 고양이를 질책했습니다. "왜 일을 이런 식으로 어렵게 만들지? 만약 너희 둘 다 동의한다면 내가 이 치즈를 두 쪽으로 나누어 주겠어. 그러면 둘 다 만족할 거야." 개와 고양이는 여우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여우는 칼을 갖고 와 치즈를 반으로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개가 "내 것이 더 작아!"라며 항의를 했습니다. 여우는 안경을 끼고 세심하게 살폈습니다. 그리고는 "그러네. 멍멍이 것이 조금 작네. 미안해!"라며 고양이의 몫에서 한 귀퉁이를 베어 먹었습니다. "됐지, 이렇게 하면 똑같아졌지. 이제 공평해 진 거야." 하지만 이번에는 고양이가 앵앵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뭐야? 내 치즈가 작아졌잖아." 여우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안경을 쓰고 세심하게 살폈습니다. "맞다. 고양아, 네 치즈가 조금 작게 잘라졌어. 어떡하지? 잠깐만." 여우는 다시 개의 몫에서 조금 잘라 슬그머니 먹어버렸습니다.

 

  이런 식의 실랑이가 몇 차례 오고 갔습니다. 이 사이 여우는 개의 치즈를 조금, 다음에는 고양이의 몫에서 조금 베어 먹는 식으로 배를 채웠습니다. 개와 고양이는 남의 치즈가 큰 것에 대해 뭐라 뭐라 하다가 자기 몫을 모두 잃고 말았습니다. 맛도 보지 못한 채 말입니다.

 

  이 이야기는 유대인의 민담집에 나오는 것입니다. 로버트 그린(Robert Greene)권력의 법칙이란 책에서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부끄러워졌습니다. 어쩌면 내 이야기, 우리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갖겠다고,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고 하는 정치판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조금씩 양보하면 되는데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한 걸음 물러앉아 세상을 바라보는 혜안(慧眼)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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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즈 한 조각
  • 2012-12-18
  • 구교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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