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으로의 전환

  • 구교환목사
  • 2012.06.24 오전 10:19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으로의 전환

 

이집트의 시내산에 올랐을 때가 기억납니다. 우리 일행은 시내산 일출(日出)을 보겠다고 밤 2시에 숙소를 나왔습니다. 사실 시내산에서 일출을 보며 하나님께 예배하고 산 정상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것은 성지순례 일정 가운데 큰 이슈였습니다.

끙끙거리고 산 정상에 올랐을 때 정상에는 이미 그곳에서 야영을 한 서양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그들을 향해 측은한 눈빛을 보냈지만 오히려 그들은 우리를 향해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누가 더 시내산을 가슴 깊이 간직했나를 따진다면 우리는 그들에 비해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산에 올라 보고 소리 치고 먹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들은 그곳에서 먹고 자면서 (심하면 며칠 동안) 모세가 느꼈던 하나님의 운행하심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요즘 여행업계에서는 스테이케이션이라는 단어가 유행입니다. 보통 휴가를 '베케이션(Vacation)'이라고 하는데 머물다(stay)와 휴가(vacation)라는 말이 합쳐져서 나온 것이 스테이케이션입니다. 〈뉴욕타임즈〉가 2008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스테이케이션은 한 장소에 오래 머물면서 즐기는 여행을 뜻합니다. 짧은 시간에 여기저기 가능한 한 많은 곳을 돌아보는 여행에서 한 곳에 머물면서 그곳 사람들과 어울려 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는 경험 중심의 여행이 스테이케이션입니다.

문화체험이라고 해서 'Culinary Tour'라고도 하는데 예를 들어 태국에 가면 코끼리 타는 것이 필수였다면 이제는 저들의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고 대형 쇼핑몰이 아니라 새벽 일찍 재래시장을 돌아봅니다. 고급 리조트가 아니라 현지인의 주거지에서 함께 지내며 그들의 문화를 직접 경험해 봅니다. 만약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은 예전 같으면 경복궁에서 사진 한 장 찍고 이태원에 들러 이것저것 물건 사고 한국 다녀왔다고 했겠지만 이제는 재래시장에서 김치도 직접 담가보고 한지(韓紙)도 만들어보면서 리얼 한국을 경험합니다.

한 때 우리는 자기가 다녀온 관광지의 표식을 자랑하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모자에도 달고 냉장고에도 붙이고, 그래서 그것이 많을수록 어깨를 으스대곤 했지 않습니까? 얼마나 정신없이 다녔는지 웬만한 관광지의 아이들도 '빨리빨리'라는 단어를 알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제 스테이케이션이 대세입니다. 학교에서도 현장체험이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많이 보았느냐가 아니라 제대로 느꼈느냐가 중요합니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세상을 둘러보되 경치 좋은 곳에서 사진 찍는 여행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현장 경험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 고향에라도 내려가 스테이케이션을 할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구교환 목사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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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으로의 전환
  • 201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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