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앰뷸런스 사이렌이 울릴 때

  • 구교환목사
  • 2012.07.22 오전 09:32

앰뷸런스 사이렌이 울릴 때

 

  꽤 오래 전, 자동차를 몰고 시내를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시간은 쫓기는데 길이 많이 막혔습니다. 그런데 뒤쪽에서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실 쉽지 않았지만 자동차를 한쪽으로 붙여 앰뷸런스가 빠져나갈 공간을 마려해 주었습니다. 앰뷸런스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제 옆을 스쳐지나갔습니다.

 

  그 순간, 운전기사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는 희죽거리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습니다. 운전기사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는지는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희죽거리는 옆자리의 사내를 보는 순간 화가 치밀었습니다. 정말 긴급한 상황이었다면 운전을 하던 옆자리에 앉아 있든 좀 더 진지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마디로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 교회에 걸인들이 찾아옵니다. 어떤 사람은 이제 막 출소하여 새출발을 하려 한다고 사정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객지 생활 청산하고 고향으로 가기로 했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40대의 남자가 삼일을 굶었다며 찾아왔습니다. 측은한 마음에 어디 가서 설렁탕이라도 한 그릇 먹으라며 돈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일이 있어 밖에 나갔는데 그 남자가 슈퍼마켓 평상에 앉아 술을 먹고 있었습니다. 또 속은 것입니다.

 

  이런 일들을 겪고 나니 사람이 좀 악해지는 것 같습니다. 한 번 속고 나니 그 때부터는 뒤에서 앰뷸런스가 달려와도 예전처럼 길을 터주기 위해 적극적이 되지 못했습니다. 걸인이 찾아와도 자꾸 물어보고 이것저것 따져보게 되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 찬송 소리가 나면 자는 척하고, 노점 상인에게 물건을 사면서 몇 백 원을 깎으려 하고…. 뭐 대단한 일도 아닌데 말입니다.

 

  잘만(Zalman)이라는 유대 랍비는 뒤에서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앰뷸런스가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게 해 달라고 기도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소방차 소리 때문에 평온이 깨어질 때도 소방관들이 위험에 처한 이들을 신속히 구할 수 있도록 기도하라고 가르칩니다. 경찰차가 빠른 속도로 달려갈 때도 이 땅에 평화가 이루어지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같은 이치로 99명의 사람들에게 속는다 할지라도 이 사람은 정말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주머니를 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 명이라도 도울 수 있으면 잘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100명의 걸인 가운데 단 한 명이 걸인이 아닐 수 있다는 이유로 마음을 닿는다면 불행한 일입니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나는 걸인들에게 조금씩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뒤에서 달려오는 앰뷸런스를 위해 기도는 못할망정 길이라도 터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하나님 나라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하나님은 고아의 아버지이시며 과부의 재판장이십니다(시68:5).

 

 

구교환 목사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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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앰뷸런스 사이렌이 울릴 때
  • 2012-07-22
  • 구교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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