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제노비스 신드롬

  • 구교환목사
  • 2012.07.22 오전 09:33

제노비스 신드롬

 

  스티븐 와이즈(Steven Wise)라는 학자가 중국에서 겪은 일입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중국의 주요 교통수단은 인력거였습니다. 당시 인력거꾼들은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몸을 돌볼 여유조차 없이 일을 했습니다. 인력거꾼들 대부분 기침이 심했습니다. 중국 방문 첫째 날, 스티븐 와이즈는 연신 기침을 해대며 인력거를 끄는 사람들의 병약한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날 밤, 차창 너머로 들려오는 인력거꾼들의 기침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스티븐 와이즈는 호텔 직원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러자 직원은 다음과 같은 말로 안심을 시켰습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며칠 후면 저 기침 소리에 익숙해지실 것입니다. 그리고 한 달 후면 아예 들리지도 않을 거고요." 훗날 스티븐 와이즈는 "정말 그랬었다."라고 회고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력거꾼들의 기침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던 날을 두고 그는 "내 생애 가장 부끄러운 날"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지난 7월 1일, 부끄러운 사건이 미국 버지니아 알링턴 카운티에서 벌어졌습니다. 사고를 당한 30대 한 남성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버스 정류장 옆에 쓰러져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한 젊은 여성은 죽어가는 남성의 옆을 유유히 지나갔으며 한 무리의 젊은 남성들은 쓰러진 남성을 바라보고는 등을 돌려 버스에 올랐습니다. 이 모습이 버스에 장착된 CCTV를 통해 알려졌는데 그렇다면 버스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을 포함하여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현장을 목격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런데 그 누구도 그 사람의 고통을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1964년 3월, 키티 제노비스라는 한 여성이 새벽 3시 퇴근길에 모즐리라는 사람에게 칼에 찔려 죽음을 당했습니다. 한적한 곳이 아니라 바로 주택가 한 가운데에서 발생한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네 사람들은 모두들 그냥 넘어갔다고 합니다. 당시 이 사건을 목격한 이들이 38명이나 있었습니다. 그들은 비명 소리를 들었지만 대부분 누가 부부싸움을 하는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목격자가 많을 경우, 예를 들어 공개적인 장소에서 발생하는 사건일 경우 사람들은 관심 없이 지나쳐버린다고 합니다. 누군가 해결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심리작용을 '제노비스 신드롬'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사건을 목격하고도 조치를 취하거나 신고를 하지 않은 자들도 처벌하자고 하는 법이 '제노비스법' 흔히들 '선한 사마리아인의 법'이라고 하는 법입니다.

 

  세상은 점점 이웃의 고통에 무뎌져 가고 있습니다. 바로 곁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해도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슬금슬금 덮어 가는 것에 어느새 익숙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법을 떠나 이웃의 고통에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구교환 목사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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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노비스 신드롬
  • 201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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