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숲이 좋습니다

  • 구교환목사
  • 2012.05.30 오전 11:04

숲이 좋습니다

 

  신림동에 산다는 것은 분명 축복입니다. 바로 지척에 보라매공원이 있고 조금만 부지런 떨면 관악산에 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도림천이 말끔하게 꾸며져 개울을 따라 걷는 즐거움마저 만끽할 수 있습니다.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입고 산을 오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동네 뒷산 오르면서 복장은 히말라야 원정대라는 쓴 소리도 듣고 있지만 그렇게라도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자전거 타는 것도 그렇습니다. 올림픽 선수 복장을 하고 비틀거리는 품새가 우습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즐거운 일입니다. 어쨌거나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요즘 레저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값이라면 자연과 벗하는 활동이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파라솔 밑보다는 나무 밑이 좋고, 소독약 냄새 풍기는 수영장보다는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이 좋습니다. 바쁘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겠지만 헬스클럽에 가서 기계 위를 뛰는 것보다는 숲속 길을 뛰는 것이 훨씬 즐거울 것입니다.

 

  숲 이야기가 나왔는데 얼마 전부터 숲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무밑 벤치에 앉아 성경도 읽고 숲길을 걸으면서 묵상도 하고…, 보라매공원이 가까이에 있고 관악산 기슭에 산다는 것이 그래서 축복입니다. 들풀을 들여다보고 이름은 모르지만 꽃을 바라보며, 귓가를 스치는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하나님을 느낍니다. 숲에 있으면 우리 몸에 좋은 효소가 만들어지고 무슨 호르몬이 생성된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숲은 분명 하나님의 품속입니다.

 

  김동길박사가 사람은 흙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흙에 가까울수록 편안해진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은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어지는데 그것이 바로 흙과 가까워지고자 하는 본능이라는 것입니다. 누워도 아주 흙속에 들어가 눕는 것이 바로 영원한 안식이라나요?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40대 초반의 한 남성이 몹쓸 병에 걸렸는데 의사도 포기한 병을 숲에 가서 고쳤다고 합니다. 눈만 뜨면 숲에 가서 아름드리나무를 부둥켜안고 살려달라고 빌었다는 것입니다. 하루에 15시간 이상, 눈이 오나 비가 오나 1년 가까이 그렇게 했는데 건강이 회복되었습니다. 그만큼 숲에서 얻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한 주간을 돌아보십시오. 일주일 내내 시멘트 길을 걷지는 않았습니까? 매일매일 사각의 콘크리트 벽에 갇혀 살지는 않았습니까? 맨 땅을 밟은 적이 있다면, 숲길을 걸은 적이 있다면 잘하신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

 

 

 

구교환 목사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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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이 좋습니다
  • 201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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