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옹알이

  • 구교환목사
  • 2012.03.06 오후 04:35

옹알이

 

  젊은 여인이 아이를 안고 지하철 2호선에 올랐습니다. 아직 소녀 같은 여인이었는데 여인은 첫돌이 됐을까 하는 정도의 아이를 안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자리를 잡고 앉자 아이는 뭐라고 옹알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까르르 웃기도 하고 인상을 쓰기도 하는 모습이 참 예쁘고 귀여웠습니다.

 

  젊은 여인은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아이의 옹알이에 연신 맞장구를 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들어보아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데 여인은 뜻이 통하는지 "그랬어? 그랬구나!"라는 추임새를 넣어가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같이 웃기도 하고 놀란 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옹알이를 하는 아이의 모습도 천사 같았지만 그것을 받아주는 젊은 여인의 모습은 더욱 아름다웠습니다.

 

  아이는 첫돌을 전후해서 옹알이를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옹알이는 아이가 말을 배우는 중요한 과정 가운데 하나입니다. 자기 뜻을 나타내고 싶지만 혀나 입술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옹알거릴 뿐입니다. 자기 딴에는 무슨 말을 하고자 애를 쓰고 있는 것이 바로 옹알이입니다. 물론 엄마도 자기 아이의 옹알이를 정확히는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혜로운 엄마는 알아듣는 것처럼 반응을 합니다. 아이가 웃을 때 따라 웃어주며 아이의 기분에 반응을 하는 엄마는 분명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옹알이를 하는 아이를 향해 말 똑바로 하라고 다그치는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옹알이를 할 때 적극적으로 반응하라고 권합니다. 마치 알아듣는 것처럼 감정이나 표정에 반응하고 맞장구를 쳐주어야 아이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부모가 아이의 옹알이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면 그 어린 것이 마치 벽에 부딪히는 것과 같은 부정적인 충격을 받게 됩니다. 요즘 문제가 되는 왕따를 당하는 것과 같은 좌절감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열심히 말을 했는데 반응이 없으니 그 다음부터는 그 옹알이조차도 하려고 들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지하철에서 아이와 옹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여인을 바라보다 문득 우리의 작은 신음 소리에도 응답하시는 하나님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끙끙 앓는 소리를 할 때 하나님은 우리가 어디가 아픈지 다 헤아리고 계실 것입니다. 우리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털어놓을 때도 하나님은 우리의 깊은 마음을 헤아리시며 그 넓은 가슴으로 안아주십니다. 우리가 옹알이하듯 옹알거릴지라도 하나님은 우리의 생각을 아시고 적극적으로 반응하십니다.

 

  하나님께 나아가는 최고의 능력이 바로 기도입니다. 기도란 잘 다듬어진 문장을 연결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순히 우리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기도입니다. 그것이 비록 어린아이가 옹알거리는 수준에 불과할지라도 하나님은 응답하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구교환 목사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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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옹알이
  • 2012-03-06
  • 구교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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