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과 자천
공멸과 자천
삼성그룹 고(故) 이병철 회장이 1987년 죽음을 앞두고 작성한 질문지가 있었답니다. 주로 인생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내용인데 그 원본이 24년 만에 공개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을 토대로 『무지개원리』의 작가 차동엽 신부가 차근차근 답을 실은 책이 『잊혀진 질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그 내용 가운데 공자가어(孔子家語)에서 발췌한 내용을 옮겨 봅니다.
하루는 공자가 하급관리로 일하고 있는 조카 공멸에게 물었습니다.
"네가 일하면서 얻은 것이 무엇이며 잃은 것이 무엇이냐?"
공멸이 대답했습니다.
"얻은 것은 하나도 없고 세 가지를 잃었습니다. 첫째는 일이 많아 공부를 못 했고, 둘째는
보수가 적어 친척 대접을 못 했으며, 셋째는 공무가 다급해서 친구 사이가 멀어졌습니다."
공자는 공멸과 같은 벼슬을 살고 있던 제자 자천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자천이 대답
했습니다.
"저는 잃은 것이 하나도 없고 세 가지를 얻었습니다. 첫째는 배운 것을 실행해보게 되어
배운 내용이 더욱 확실해졌고, 둘째는 보수를 아껴 친척을 접대하니 그들과 더욱 친숙해졌
고, 셋째는 공무의 여가에 친구들과 교제하니 우정이 더욱 두터워졌습니다."
이 이야기에는 고달픈 인생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이 오히려 모든 것을 얻게 되는 시작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실마리가 바로 긍정적인 생각입니다. 똑같은 삶을 살면서 조카 공멸은 세 가지를 잃었다고 푸념하고 있고 제자 자천은 세 가지를 얻었다며 감격해하고 있습니다. 공멸과 자천의 차이가 있다면 사물을 보는 관점의 차이뿐입니다.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은 "다 이루었다"(요19:30)는 외침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고 머리를 숙이니 영혼이 떠나가셨습니다. 보통 죽음은 끝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이고 더 이상의 소망이 없는 것이 죽음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에게 죽음은 사명의 완수였고 도전의 성취이셨습니다.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공멸과 같은 인생을 살고 있습니까? 아니면 자천과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까? 매일 매일의 삶 가운데 계속해서 잃고 있습니까? 아니면 새로운 것을 얻고 있습니까? 새로운 것으로 채워지고 있다면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구교환 목사 (9chan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