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거위와 말

  • 구교환목사
  • 2012.04.22 오전 09:30

거위와 말

 

  어느 봄날, 호숫가의 풀밭에 말 한 마리가 풀을 뜯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 때, 호숫가에는 거위 하나가 있었는데 둘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순간 거위는 말에게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위협적인 말투로 시비를 걸었습니다.

 

  "나는 너보다 훨씬 고귀하고 완벽한 동물이야. 왜냐하면 네 신체기능은 오로지 한 가지 영역에만 국한되어 있지. 하지만 나는 너처럼 땅 위를 걸어 다닐 수도 있지만 날개가 있어 하늘을 날 수도 있어. 게다가 마음만 먹으면 연못이나 호수에서 목욕을 하며 즐길 수 있지. 나는 새와 물고기, 그리고 네 발 가진 짐승의 능력을 다 가지고 있다구. 내가 얼마나 훌륭한지 알겠어?"

너스레를 떨고 있는 거위를 바라보던 말이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맞다. 네 말이 다 맞아. 너는 날 수도 있고 헤엄칠 수 있는 능력도 있고, 걸어 다닐 수도 있지. 훌륭해. 훌륭하다구. 하지만 네가 나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둔하고 어색해서 종달새나 제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헤엄을 치지만 제대로 물고기도 잡지 못하잖아? 걷기는 하지만 네가 걷는 모습을 보면 뒤뚱뒤뚱 꼭 넘어질 것만 같아."

말은 코웃음을 치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나를 보라고. 물론 나는 날 수 없어. 물속에서 해엄을 칠 줄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달리기 하나만은 끝내주지. 내 몸을 보라구. 미끈하게 잘 빠졌잖아? 내가 한 번 달리기 시작하면 얼마나 멋있는지…. 너 같이 이것저것 하는 것은 많지만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훌륭한 거라고…!"

 

  『가족의 저녁 모임』이라는 존 에이킨 박사의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저녁상을 물리고 아이들에게 아빠가 들려줄 법한 훈훈한 이야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괜스레 이것저것 다 한다고 너스레를 떨기보다는 한 가지만이라도 잘 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전문화'입니다. 할 줄 아는 것이 많은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 하나만 있으면 승부를 낼 수 있습니다. 다양한 기술보다 전문적 능력이 세상을 이기는 것입니다. 길이 많고 복잡하지만 제대로 된 길 하나만 알고 있으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공사현장에서 이것저것 다 하는 잡부보다 목수면 목수 하는 식으로 한 가지 전문분야를 가진 이가 임금이 훨씬 높습니다.

 

  많은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중요한 것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하면 충분합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십시오. 어떤 일에 집중할 것인지는 본인 스스로 결정해야 할 몫입니다.

 

 

구교환 목사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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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위와 말
  • 2012-04-22
  • 구교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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