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모두가 함께 하는 사회를 소망하며

  • 구교환목사
  • 2012.04.30 오전 06:09

모두가 함께 하는 사회를 소망하며

 

  구약성경 사사기 19장은 기원전 1,350년 무렵의 한 사건을 소개합니다. 사사 삼손이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입니다. 이스라엘에는 왕도 없었고 전반적으로 질서가 없었습니다. 이 무렵 에브라임 산지에 살고 있던 레위 사람 하나가 첩을 들였는데 이 여인이 행실이 고르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레위 사람은 성품이 꽤 너그러웠습니다. 여인을 찾아가 다정히 말하고 집으로 데리고 옵니다. 오는 길에 여부스라는 마을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는데 그 날 저녁 불량배들이 찾아와 행패를 부렸습니다. 집을 에워싸고 문을 두들기며 '남자'를 요구했습니다. 동성연애가 자행될 정도로 당시 사회는 썩을 때로 썩어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레위 사람은 화를 면하였는데 대신 여인이 불량배들에게 끌려가 밤새도록 능욕을 당하고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레위 사람은 여인의 시신을 싣고 집에 돌아온 후 그 시신을 열두 덩이로 나눠 이스라엘 전국에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소식을 접한 사람들이 못된 녀석들을 처단하자고 모여들었습니다. 나라 전체가 끓어오르고 보병이 40만 명이나 모였습니다. 기브아 사람들을 다 잡아 죽이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고를 친 기브아가 속해 있던 베냐민 사람들은 기브아를 두둔했습니다. 그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 하여 자기들끼리 26,000명을 모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우리는 죄악이 만연된 사회의 한 단면을 보게 됩니다. 공공연히 첩을 들이고 외도를 하고, 그리고 성적인 범죄가 도처에 퍼져 있습니다. 거기에 악행을 끊겠다며 물리적인 힘을 동원하는 모습, 거기에 대항하는 또 하나의 세력 등등, 어떻게 보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40만 명과 2만6천 명의 싸움—어떻게 보면 싸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스라엘 전군(全軍) 40만은 엄청난 손실을 입고 말았습니다. 명분도 있고 세력도 막강했는데 작은 군대에 큰 군대가 패한 것입니다. 물론 몇 차례의 전투가 있은 후 마지막 전투에서 베냐민 군대는 대패를 하고 600명만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이 전쟁은 같은 민족끼리 칼을 휘두른 가슴 아픈 역사로 남고 말았습니다.

 

  총선을 끝내고 대선을 준비하며 정치하는 사람들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시민의 하나로서 이 나라에 정쟁(政爭)이 없었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남북 대치 상황에 있고, 게다가 요즘은 경제적 전쟁이 더 심각한 때인데 같은 민족끼리 으르렁거리고 싸우고 있으니 걱정입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여야 모두 집안싸움이 심각하다지 않습니까?

 

  숫자가 많다고 그것이 무조건 공의(公義)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수라 할지라도 소수를 귀하게 여기고, 가진 자들이 가지지 못한 자들을 섬기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구교환 목사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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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가 함께 하는 사회를 소망하며
  • 201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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