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성탄을 맞으며

  • 구교환목사
  • 2011.12.27 오전 09:30

성탄을 맞으며

 

  12월 들어서면서 우리 곁으로 세 사람의 죽음이 다가왔습니다. 지난 13일, 한국 철강 산업의 주인공 포항제철 박태준 명예회장이 8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떴습니다. 박태준의 인생철학 가운데 하나가 '절대 사익(私益)은 없다'는 무사심(無私心)과 결백성(潔白性)이었다고 합니다. 몇 차례 청치적인 문제로 모함을 당하기는 했지만 박태준은 포철 주식 하나도 가지지 않았고 자기 명의로 된 집도 없이 살았습니다.

 

  그리고 19일, 대전국립현충원에서 차선우라는 젊은이의 유해를 이장하는 작업이 조용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집배원 차선우(29세)는 지난 여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던 날, 용인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다가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습니다.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던 차선우는 마지막 순간 가지고 있던 등기우편물을 동료에게 전달했다고 합니다. 사명감과 희생정신으로 일관했던 차선우에게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되었고 1884년 우정총국 개설 이래 127년 만에 집배원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립현충원에 안장이 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19일, 김정일이 사망했습니다. 보도 자료를 보면 북한 주민들이 통곡을 하고 있지만 그 눈물의 진의(眞意)는 모르겠습니다. 왜 울어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울어야 하는지…, 22일 유엔총회에서 김정일에 대한 묵념이 있었는데 회원국의 1/3 정도만 동참했는데 그것도 통상적인 1분을 채우지 못하고 25초 동안만 진행되었습니다. 한국, 미국, 일본 등 유럽 국가들 대표들은 묵념이 시작되자 퇴장을 하였고 묵념이 끝나자 다시 회의장에 들어섰다고 합니다. 한 쪽에서는 울고불고, 다른 쪽에서는 박수를 치는 모습에서 인생의 허망함을 느낍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죽음은 2000년 전 갈보리 십자가 위에서 나타났습니다. 그것은 어느 기업 총수의 무사정신이나 집배원 누구의 사명의식보다도 몇 백 배 아름다운 죽음이었습니다. 거기에는 무지한 이들의 생각 없는 눈물이 아니라 온 인류를 죄로부터 구원하는 감격의 눈물이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죽음을 위해 그 분은 이 땅에 태어나셨습니다. 우리는 그 날을 성탄(聖誕)이라고 부릅니다.

 

  성탄은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굴뚝으로 들어와 착한 아이들의 양말 속에 선물을 넣고 간다는 상상의 할아버지 산타가 아니라 '예수'가 주인공입니다. 아기 예수의 모습에서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볼 때 성탄은 비로소 거룩한 탄생이 됩니다. 그 날, 여관에 있던 사람들은 예수님을 맞을 공간조차 배려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아기 예수는 우리의 마음을 두드리며 머물 곳을 찾고 계십니다.

 

 

구교환 목사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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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탄을 맞으며
  • 201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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