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나무 잘 타는 사람

  • 구교환목사
  • 2012.01.21 오전 11:09

나무 잘 타는 사람

 

  어느 나라에 나무를 잘 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나무를 잘 타는지 가지가 가늘어 휘청거려도 나무 잘 타는 사람은 이 나무 저 나무를 옮겨 다닐 정도로 대단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무 잘 타는 사람은 여러 명의 제자들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주 높은 나무 꼭대기에 천 조각을 하나 묶어놓고 내려와 수제자처럼 키우던 젊은이에게 올라가 풀어오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제자는 조심조심 나무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나무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젊은 제자의 얼굴은 점점 하얗게 변해가기 시작했습니다. 모두들 숨을 죽이고 쳐다보고 있었고 나무 잘 타는 사람 역시 팔짱을 낀 채 제자의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드디어 제자는 꼭대기에 도착했고 천 조각을 푸는데 성공했습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제자는 내려왔습니다. 지상에서 2m 정도까지 내려왔을 때 나무 잘 타는 사람이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 놈아, 조심해! 네가 붙잡은 가지는 너무 약하잖아, 그러다가 떨어져…." 깜짝 놀란 제자는 옆의 가지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지상에 무사히 내려왔습니다.

 

  나무에서 내려온 제자가 숨을 헐떡이며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선생님, 꼭대기에 올라갈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다 내려오니까 그제야 조심하라고 소리치십니까?" 나무 잘 타는 스승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였습니다. "이 놈아, 높이 올라갔을 때는 네 스스로 어련히 알아서 조심하지 않겠느냐? 허나 다 내려왔다고 생각할 때가 위험한 것이야. 네 놈도 얼추 내려왔을 때는 아무 가지나 붙들지 않았느냐? 그래 내가 소리친 것이다. 알겠느냐?"

 

  설 명절입니다. 많은 이들이 고향을 찾아 이동하고 있습니다. 고향을 찾는다는 것은 참 좋은 마음입니다. 집안 식구들도 만나고 푸짐한 음식도 차려 먹고 앞서 가신 분들의 업적도 새기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렇게 고향을 찾아 한 번쯤 숨을 고른 다음 다시 일터로 돌아오면 힘이 생길 것입니다. 그런데 늘 아쉬운 것은 오고가는 길에 사고가 많다는 것입니다. 모두들 편안히 다녀오면 좋으련만 사고로 얼룩지고 어떤 이들은 '명절증후군'이라는 해괴망측한 고생을 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그렇습니다.

 

  옛날 고속도로 끝나는 지점 어딘가에 "다 왔다고 방심 말고 끝까지 안전운행"이라는 간판이 있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꺼진 불도 다시 보자"고 가르쳤습니다. 또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며 주의를 주었습니다.

 

  나무 잘 타는 사람이 제자를 채근하는 모습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다 왔다고 할 때가 주의해야 할 때입니다. 잘 하는 일에 오히려 집중해야 합니다. 몸도 마음도 모두모두 평안하고 건강한 설 명절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구교환 목사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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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 잘 타는 사람
  • 201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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