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뽑기와 헌혈이

  • 구교환목사
  • 2011.11.26 오후 08:18

뽑기와 헌혈이

 

  '뽑기'와 '헌혈이'는 박진탁과 홍상희 부부가 1970년과 1971년 얻은 딸과 아들의 이름입니다. 두 부부는 아이들을 보는 순간 아기한테서 피 한 병 뽑을 수 없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뽑기'와 '헌혈이'라고 불렀습니다.

 

  1963년 한신대학을 졸업한 박진탁 목사는 우석대학병원에서 원목으로 봉사했습니다. 매일 환자들을 보며 건강한 몸을 갖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절감하며 살았습니다. 하루는 응급환자가 들어왔는데 급하게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당직의사는 목사님을 보자 무척 반가워하면서 "빨리 수술을 하면 살 것 같은데 목사님께서 피를 책임져 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는 돈을 주고 피를 사야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마침 주머니에 돈이 없어 망설이고 있는 목사님에게 의사는 혈액형이 뭐냐고 물었고 B형이라는 말에 한두 병 뽑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순간 목사님은 피할 길을 달라고 기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누가복음 10장에 등장하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를 기억하고 피를 뽑기로 작정했습니다. 결국 환자는 생명을 건졌고 목사님은 퇴원하는 환자를 바라보며 색다른 기쁨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빅진탁 목사님은 헌혈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이때가 1968년, 한국 교회를 중심으로 헌혈운동이 전개되었고, 1984년부터는 매혈이 사라지고 필요한 혈액은 헌혈로 충당되었습니다. 1984년 미국으로 건너간 박진탁 목사 부부는 그곳에서도 헌혈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이 무렵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진 젊은이의 아내가 남편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서약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목사님은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1991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창립하고 장기기증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창립총회가 끝나고 박 목사님은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신장을 기증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6년 뒤 1997년에는 부인 홍상희 사모도 신장 하나를 떼어내 낯모르는 여성에게 기증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들 박진탁 홍상희 부부는 한국 역사상 남편과 아내 모두 신장을 기증한 첫 번째 부부로 기록이 되었습니다.

 

  박진탁 목사는 지난 10월 6일, 그리스도의 사랑과 헌신으로 민족과 세계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영곡 봉사대상을 받았습니다. 인생의 전반부는 헌혈운동에, 후반부는 장기기증운동에 헌신한 76년 인생에 대해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입니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아이들의 이름을 '뽑기'와 '헌혈이'라고 불렀을까 생각해 봅니다. 피를 뽑고 장기를 떼어내는 사랑…. 문득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눈앞에 그려집니다. 예수님은 장기 일부가 아니라 아예 생명을 주셨습니다. 우리들을 사랑하시기 때문에 당신의 삶 전체를 주셨습니다. 대강절 첫째 주일, 우리 가운데 인간의 모습으로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합니다.

 

 

구교환 목사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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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뽑기와 헌혈이
  • 201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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