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진짜 강한 사람

  • 구교환목사
  • 2011.08.28 오전 09:17

진짜 강한 사람

 

  지난 주간 베트남을 다녀왔습니다. 베트남 호치민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겪은 일입니다. 아빠, 엄마, 그리고 젖 먹는 아이와 4살 정도의 아들까지 한 가족이 옆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좁은 좌석이 활동량이 많은 아이에게는 고역인 것 같습니다. 아빠는 연신 자리에 앉으라고 윽박지르고 엄마는 갓난아이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식사를 마치자 아이는 만화영화 뽀로로를 틀어달라고 졸라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빠 엄마는 뭐 하나 해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하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습니다. 아직도 세 시간을 더 가야 하는데 아빠는 조금만 가면 된다고 달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승무원이 와서 몇 번 만지작거리더니 뽀로로 하지 않는다면 그냥 가 버렸습니다.

 

  아이는 계속해서 보챘습니다. 이제는 참다못해, 사실 아이의 보채는 소리가 시끄럽기도 해서 한참을 고생해서 뽀로로가 나오는 채널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아이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내가 해줄까?"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는 고개를 홱 돌리더니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보기 좋게 거절을 당한 것입니다.

 

  그런데 잠시 후 아이는 또 다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뽀로로 틀어주세요. 뽀로로 틀어주세요." 아이에게 바람을 맞은 터라 속이 편치 않았지만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서 이번에는 아이의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아이가 뽀로로를 틀어달라는데 제가 해드릴까요?" 나름대로 정중하게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뜻밖에 아이의 아빠는 놀란 토끼눈으로 한 마디로 거절했습니다. "아뇨!" 그리고 마치 강도 만난 사람처럼 아이를 끌어안고 몸을 움츠렸습니다.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왜 저들은 남의 호의를 저렇게 거절할까? 고맙다고 한 마디 하면 도움을 받으면 그만인데 말입니다. 남의 도움을 받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가? 도움을 받는 것이 약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강자는 자기의 약함을 드러내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할 줄 모르는 일에 대해 "도와줘요."라고 말할 때 오히려 강자가 됩니다.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도할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자가 강한 것이 아니라 기도할 것이 많아 늘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는 사람이 강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모자람을 주님 앞에 내어놓고 주님의 강한 능력으로 채워지는 것이 오히려 용기 있는 행동이 아니겠습니까?

 

  아이는 계속해서 뽀로로를 틀어달라고 아우성이고 아빠는 조용히 하라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그러나 눈만 마주쳐도 고개를 돌립니다.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참 세상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으면 쉬워지는 세상인데, 왜 스스로 약자가 되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구교환 목사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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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강한 사람
  • 201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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