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입술의 30초, 가슴에 30년

  • 구교환목사
  • 2011.09.24 오전 11:47

입술의 30초, 가슴에 30년

 

  옛날 조선시대 때, 박상길이라는 사람이 푸줏간을 차렸습니다. 박상길은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었지만 푸줏간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그다지 대접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어느 날, 젊은 양반 두 사람이 푸줏간을 찾았습니다. 양반 하나가 생각 없이 주문을 했습니다. "상길아, 쇠고기 한 근 주거라." 푸줏간 주인은 무덤덤하게 쇠고기 한 근을 잘라냈습니다.

 

  옆에 섰던 양반 역시 똑같은 고기를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이 양반은 그래도 상대가 나이가 지긋한 어른이기에 말을 아꼈습니다. "박서방, 나도 쇠고기 한 근 주시게." 박상길은 이번에도 날렵한 솜씨로 쇠고기 한 근을 잘라 양반에게 건넸습니다. 그런데 그가 자른 고기 한 근이 처음에 주문한 사람의 것보다 훨씬 많아 보였습니다. 조금은 화가 난 양반이 따지고 들었습니다. "상길아, 어찌하여 차이가 나느냐? 내 것보다 이 사람 것이 훨씬 많지 않느냐?" 푸줏간 주인 박상길이 대답을 했습니다. "예, 처음 것은 상길이가 자른 것이고, 지금은 박서방이 자른 것입니다."

 

  병원에서 한 여인이 수액 주사를 맞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40대의 젊은 여인은 주사기를 들고 찾아온 간호사에게 아프지 않게 놔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아가씨, 제발 잘 좀 해 봐. 주사 맞을 때마다 아파서 견딜 수가 없어." 그런데 그 날, 여인은 역시 많은 통증을 느껴야 했습니다. 간호사가 병실을 나가자 이내 아가씨들 실력이 형편이 없다며 투덜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간호사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나를 아가씨라고 부르니 아가씨 기술로 주사를 놓을 수밖에 없네요. 아플 수밖에요"라고 말입니다.

 

  말에도 예의가 있는 법입니다. 사람을 부를 때도 예의가 있어야 합니다. 병원에서 간호사들을 향해 어떻게 호칭하는 것이 맞는 말이겠습니까? 아가씨, 간호사님, 선생님…? 상대방을 조금만 높여준다면 되돌아오는 것은 몇 배 이상의 열매가 있을 것입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또 말 한 마디 잘하면 천 냥 빚도 갚는다는 우리네 속담 역시 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입술의 30초, 가슴에 30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30초 동안의 말 한 마디가 30년 동안 상처가 된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30초 동안 말 잘하면 그것이 30년 동안 효과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성경의 가르침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순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 하여도 과격한 말은 노를 격동하느니라... 온순한 혀는 곧 생명나무이지만 패역한 혀는 마음을 상하게 하느니라"(잠15:1,4).

 

  복잡한 세상입니다.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잠25:11) 같은 말을 하며 살고 싶습니다. 경우에 맞게 서로를 축복하고 격려하며 칭찬하는 말을 할 수 있기를,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행복할 것 같습니다.

 

 

구교환 목사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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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술의 30초, 가슴에 30년
  • 201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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