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뱀잡이수리

  • 박신영
  • 2019.10.30 오후 02:30

뱀잡이수리

 

아프리카에 뱀잡이수리라는 새가 있습니다. 독수리의 일종인데 공중을 높이 날다가 뱀이나 두더지 같은 것을 보면 쏜살같이 내려가 낚아챈다고 합니다. 몸길이는 약 1.2m, 날개를 편 길이는 2.1m 정도이며, 다리가 길고 몸은 가늘지만 힘이 있습니다. 20개의 검은색 관우가 있어 마치 비서가 귀 뒤에 깃촉 펜을 꽂고 다니는 것처럼 보여서 비서새(secretary bird)’라는 영어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다리에는 두꺼운 비늘로 덮여 있어 뱀을 공격하기에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가끔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평상시 뱀잡이수리는 민첩하게 잘 날아다닙니다. 그런데 땅에 내려와 먹이를 먹고 있을 때 맹수의 습격을 받게 되면 날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뜁니다. 날짐승이 땅에서 뛰어봐야 얼마나 빨리 뛰겠습니까? 죽을힘을 다해 뛰어보지만 얼마 가지 않아 맹수에게 잡히고 맙니다. 당황한 나머지 자기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홍해를 건넌 후 가나안 땅을 정탐했습니다. 각 지파에서 선발된 정탐꾼 12명은 40일 동안 여기저기 돌아보며 가나안의 형편을 살폈습니다. 엄청나게 큰 포도송이를 보이며 과연 그 땅에 젖과 꿀이 흐르는데 이것은 그 땅의 과일”(13:27)이라고 정탐한 결과를 보고하였습니다. 포도송이가 얼마나 큰지 두 사람이 막대기에 꿰어 메고 왔을 정도였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거기 사는 주민들은 강하고 성읍은 견고하다는 보고가 이어졌습니다. 보고를 듣던 백성들이 술렁거리자 정탐꾼 가운데 하나였던 갈렙이 백성들을 조용하게 하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우리가 곧 올라가서 그 땅을 취하자 능히 이기리라”(13:30). 그러나 다른 정탐꾼들은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았습니다. 우선 그 땅을 악평합니다. 포도송이는 간데없고 거주민을 삼키는 땅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 자신을 깎아내렸습니다. “거기서 본 모든 백성은 신장이 장대한 자들이며 우리는 스스로 보기에도 메뚜기 같으니”(13:32-33). 스스로를 폄하하여 메뚜기 같다고 한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메뚜기콤플렉스라고 합니다. 상대 앞에 주눅이 들어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것이 메뚜기콤플렉스입니다. 잘난 사람과 비교하여 스스로를 형편없는 사람으로 평가절하합니다. 키가 큰 사람 앞에 서면 자신은 한없이 작아 보입니다.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앞에만 서면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잘 살고 있다가도 부잣집 앞을 지나가면 스스로 처량함을 느낍니다.

맹수에게 쫓기는 뱀잡이수리가 맹수에 쫓겨 달려가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주눅이 들어서, 당황한 나머지 스스로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뱀잡이수리는 바보 중의 바보입니다. 그냥 날아오르면 되는 것을.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4:13). 하나님의 사랑으로 세상을 넉넉히 이길 수 있음을 믿습니다.

(구교환 목사 /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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