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깨진 유리 한 조각으로

  • 박신영
  • 2019.11.10 오후 01:00

깨진 유리 한 조각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포로수용소에 한 젊은이가 갇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젊은이는 우연히 땅바닥에 떨어진 유리 조각을 발견합니다. 그날부터 젊은이는 유리 조각으로 아침마다 면도를 했습니다. 당시 나치들은 힘이 없고 병들어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은 골라내 가스실로 끌고 갔습니다. 그런데 이 젊은이는 매일같이 면도를 하다 보니 건강해 보여 가스실로 끌려가지 않았습니다. 결국 전쟁이 끝나면서 자유를 얻습니다.

이 젊은이가 바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신분석학자 빅터 플랭클(Viktor Frankl : 1905-1997)입니다. 나치들은 유대인들의 옷을 모두 벗기고 몸의 털까지 싹 밀어버렸습니다. 물론 시계며 반지들까지 모두 빼앗았습니다. 벌거벗은 유대인들을 바라보며 나치들이 히죽거리고 있을 때 빅터 플랭클은 중얼거립니다. “아직까지 당신들이 빼앗지 못한, 그리고 영원히 빼앗을 수 없는 한 가지가 남아 있지. 바로 내 스스로 태도를 결정할 내 자신의 능력과 자유이다.”

1944년 성탄절이 지나고 두 주 사이에 평소보다 많은 유대인들이 죽었습니다. 가스실로 끌려가 죽은 것이 아니라 그냥 죽은 것입니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가, 시름시름 앓다가 그냥 죽었다고 합니다.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는가 심각하게 바라보았던 플랭클은 그 원인을 소망의 상실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이번 성탄절에는 풀려나겠지 하고 막연하게나마 기대했었는데 성탄절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자 삶의 의욕을 잃어버렸던 것입니다. 이로 인해 정신력이 약해졌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그렇게 죽어 나갔습니다.

빅터 플랭클은 포로수용소에서 한 작곡가를 만났습니다. 그는 자신이 꾼 꿈 이야기를 하면서 한 달 후면 살아서 나가게 될 것이라고 좋아했습니다. 한 달 뒤인 330일에 독일군이 항복하는 꿈을 꾼 것입니다. 그런데 330일 되어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 작곡가는 331일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소망의 끈을 놓는 순간 생명을 잃은 것입니다.

194558, 독일은 패전을 선언합니다. 성탄절을 기다렸던 이들이 4개월만 더 버텼다면, 그 작곡가가 한 달만 더 참았다면 그들은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꿈이 사라지고 소망을 잃어버리는 것이 곧 죽음입니다. 꿈이 있다면, 내일에 대한 소망이 있다면 오늘을 사는 가치가 충분합니다. 내일이 없으면 오늘을 산다 해도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닙니다.

내일, 다음 주간, 다음 달을 기대하시기 바랍니다. 새 해 달력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거기에 생일, 기념일 등을 메모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날에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소망하시기 바랍니다. 나아가 하나님 나라, 그 나라에 가면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채워질 것을 소망합니다. 소망이 있기에 오늘을 힘차게 살아갑니다.

(구교환 목사 /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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