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세 번째 사냥꾼

  • 손성진
  • 2020.04.26 오전 08:01

세 번째 사냥꾼

 

  옛날이야기 한 토막을 소개합니다. 사냥꾼 세 명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친구 사이로 늘 함께 어울려 사냥을 다녔습니다. 어느 봄 날, 세 명의 사냥꾼들은 장비를 챙겨 사냥에 나섰습니다. 새벽에 출발한 이들은 한참을 걸어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사냥꾼들은 느낌이 좋다며 계곡을 가로질러 짐승이 나올 법한 산등성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산짐승을 쫓으며 산을 오르고 있는 사이 계곡 아래에서 원인 모를 산불이 났습니다. 처음에는 불이 난 것도 몰랐습니다. 한참을 지나서야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을 알게 된 사냥꾼 세 사람은 각자 자기 생각대로 움직였습니다. 한 사람은 바람의 방향을 확인하고 불이 난 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또 다른 사냥꾼은 급한 나머지 옆에 있는 굵고 높은 나무 꼭대기로 기어 올라갔습니다.

 

  세 번째 사냥꾼은 달리기도 자신 없었고 높은 나무에 기어 올라가는 것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대신 이 사냥꾼은 배낭에서 라이터를 꺼내 수풀더미에 불을 붙이고 주변에 있는 크고 작은 가지들을 잘라서 멀리 내던졌습니다. 불에 탈 만한 것들을 미리 태워버리고 주변을 말끔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산불이 거세게 밀려들었습니다. 불길은 점점 거세지더니 달리기 실력을 믿고 냅다 도망치기 시작한 사냥꾼을 따라잡았고 결국 그 사람은 불길에 휩싸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뜨거운 불길은 높은 나무들을 타고 공중으로 솟구쳤습니다. 다람쥐처럼 높은 나무에 기어 올라간 사냥꾼 역시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세 번째 사냥꾼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산등성을 삼켜버린 불길은 어느 지점에 오더니 더 이상 쫓아오지 못하고 옆으로 비껴나갔습니다. 제 아무리 거센 불길이라도 태울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세 번째 사냥꾼이 탈 만한 것들을 미리미리 태워버린 바로 그 장소입니다. 그렇게 해서 세 번째 사냥꾼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작은 불을 피워놓고 큰 불이 올 것을 미리 준비하는 것을 예방이라고 합니다. 살짝 아프게 해서 크게 아픈 것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예방주사입니다. 지혜자는 작은 고통을 겪으며 장차 임할 큰 고통을 준비합니다. 작은 아픔을 통해 면역력을 키우면 어지간한 아픔은 참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웁니다.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아픔이지만 코로나-19는 우리를 성숙하게 만들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아프지만 미리 준비하고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면 뭔가 얻을 것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구교환 목사 /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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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번째 사냥꾼
  • 2020-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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