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소를 몇 마리 키우시는지요?

  • 손성진
  • 2020.09.26 오후 02:48

소를 몇 마리 키우시는지요?



  지갑섭이라는 장로님이 계셨습니다. 2017100세 생신 날, 장로님은 자손들을 앞에 앉혀 놓고 팔복을 주제로 설교를 하셨습니다. 다음 해 20185, 장로님은 101세의 일기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장로님은 책상 위에 책 세 권을 펼쳐 놓고 늘 애독하셨다고 합니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영어사전, 그리고 성경책입니다. 장로님은 말년을 실버타운에서 보내셨습니다. 등급을 받으셨기 때문에 요양사의 서비스를 받으셔도 되지만 장로님은 '왜 나랏돈을 축 내냐?'며 혼자서 목욕하시고 자기 몸을 스스로 챙기셨습니다. 평생을 아침과 저녁 한 시간씩 나라와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셨다고 합니다. 97세가 되셨을 때 자손들에게 남기셨던 신앙의 유언장은 그것을 읽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난리 속에서도 추석 명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명절이 되면 가정이 무엇인지, 나이 든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자식 혹은 부모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등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집니다. 특별히 올해는 세상이 흉흉하여 고향에 가는 것조차 만만치 않습니다. 가자니 조심스럽고 가지 말자니 민망합니다.

 

  어느 마을 가난한 부부가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언제 보아도 두 부부는 싱글벙글했고 서로를 챙겨가며 알콩달콩 살았습니다. 하루는 나그네가 소문을 듣고 그 집을 방문하였습니다. 집은 쓰러져가고 집안에 들어서니 쓸 만한 가재도구 하나 없었습니다. 점심이라고 차려왔는데 꽁보리밥에 딱히 젓가락질할 만한 반찬도 없었습니다.

 

  나그네가 물었습니다. “도대체 가진 것이 무엇이요?” 주인남자가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 집에는 황소가 몇 마리 있습니다.” 나그네의 눈에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황소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주인남자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서둘러 내가 잘못 했-라고 말합니다. 조금이라도 언성이 높아지는 것 같으면 당신이 옳-라고 내려놓습니다. 물론 사소한 일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나를 용서하-라고 머리를 숙인답니다. 또 상대의 말을 듣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당신 생각대로 하-.’라고 말합니다.”

 

  추석을 준비하며 던지고 싶은 질문입니다. 소를 몇 마리나 키우고 있는지요? 100세까지 산다는 보장은 못해도 아름답게 나이 먹고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소를 많이 키울수록 그만큼 아름다운 가정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구교환 목사 /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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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를 몇 마리 키우시는지요?
  • 2020-09-26
  • 손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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