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30년 만에 치른 외상값

  • 임영종
  • 2020.12.05 오후 01:17

  프랑스에는 나라의 지도자들을 길러내는 소년사관학교가 있었습니다. 소년사관학교 앞에 조그마한 과일 가게가 있었는데 휴식 시간이 되면 사과를 사서 먹는 학생들로 붐볐습니다. 그런데 멀리 서서 바라보기만 하는 학생이 하나 있었습니다. 집이 가난하여 사과를 사 먹을 만한 여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가게 주인아주머니는 그 학생의 딱한 사정을 알고 아이들이 없을 때 조용히 불러 사과를 챙겨주곤 했습니다. “이리 오거라. 이거 하나 먹어 봐.”

 

 그 뒤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아주머니는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 곳에서 과일을 팔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프랑스군 장교 한 사람이 그 사과 가게를 찾아 왔습니다. “할머니, 사과 한 개만 주세요.” 장교는 사과를 하나 받아 맛있게 먹으면서 말했습니다. “할머니! 이 사과 맛이 참 좋습니다. 최고예요.”


  할머니는 빙그레 웃으면서 그 장교에게 앉으라고 의자를 권했습니다. “군인 양반! 자랑 같지만 나폴레옹 황제께서도 소년사관학교 시절에 우리 가게에서 가끔 사과를 사서 그렇게 맛있게 드셨지요. 벌써 30년이 지난 이야기랍니다.” 할머니의 말에 장교가 토를 달았습니다. “할머니. 제가 듣기로는 그 분은 가난해서 할머니께서 주신 사과를 그냥 얻어먹기만 했다 하던데요.”

 

  이 말을 들은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그건 군인 양반이 잘못 안거예요. 그때 그 학생은 돈을 꼭 내고 사 먹었지 한 번도 그냥 얻어먹은 일은 절대로 없었어요.” 할머니는 나폴레옹 황제가 소년 시절에 겪은 어려웠던 일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싫어 한사코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장교 역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할머니! 혹시 지금도 그 분의 소년 시절 얼굴을 기억하시나요?”

 

  할머니는 눈을 감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가난했던 소년이 자신이 준 사과를 맛있게 먹던 추억을 더듬는 듯 했습니다. 그 소년이 황제가 된 것이 너무 기쁘고 좋았습니다. ‘그 소년이 황제가 되다니.’ 장교는 먹던 사과를 의자에 내려놓고 할머니의 손을 두 손으로 살포시 감싸 쥐며 말했습니다. “할머니! 그 소년이 바로 저입니다. 제가 바로 그 때 할머니께서 주신 사과를 맛있게 먹었던 그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나폴레옹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황제에게 손이 잡힌 채 어찌할 줄을 모르는 할머니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나폴레옹은 금화가 가득 든 상자를 건네며 말을 이었습니다. “지금에야 그 사과 값을 드립니다.”

(구교환 목사 / 9change@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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