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키가 큰 나무, 키가 작은 나무

  • 임영종
  • 2021.03.07 오전 07:48

  어느 산자락에 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나무 하나는 키가 크고 이파리도 무성했습니다. 그런데 그 옆에 있는 나무는 키가 작고 가지도 약하고 이파리도 듬성듬성 했습니다. 작은 나무는 불평을 달고 살았습니다. “키가 큰 저 나무 때문에 햇빛을 받지 못해 내 키가 자라지 않는 거야. 저 녀석만 없으면 나도 훌륭히 자랄 수 있을 텐데.”

어느 날 나무꾼 하나가 산기슭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키가 작은 나무는 나무꾼을 보자 아양을 떨며 말을 했습니다. “나무꾼님, 저 나무 좀 보세요. 곧게 잘 자라지 않았나요? 가지도 굉장히 튼튼하고 벌레도 먹지 않았어요. 이 산에서 1등이랍니다. 저 나무를 베어가시면 쓸 데가 많을 거예요.”

나무꾼은 도끼를 가져다가 키가 큰 나무를 넘어뜨렸습니다. 나무가 넘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키가 작은 나무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이제 나도 잘 자랄 수 있을 거야. 앞으로는 내가 1등이라고, 1!’

  키가 작은 나무는 덩그러니 혼자 남았습니다. 밤중에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세찬 바람에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웠습니다. 바람이 멈추고 해가 떠올랐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햇살이 뜨거웠습니다. 며칠 후에 비가 많이 내렸는데 골짜기로 내리치는 물줄기 때문에 뿌리 일부분이 뜯겨 나갔습니다. 무엇보다도 혼자 남게 되니 말동무도 없고 심심했습니다. 밤에는 무서웠습니다. 키 큰 나무가 그리워지기 시작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에 보낸 편지에서 서로 돕고 살아가는 관계에 대해 강조합니다.이제 너희의 넉넉한 것으로 그들의 부족한 것을 보충함은 후에 그들의 넉넉한 것으로 너희의 부족한 것을 보충하여 균등하게 하려 함이라”(고후8:14). 넉넉할 때 어려운 친구를 돕고 내가 어려울 때는 친구로부터 도움을 받으라는 말입니다. 서로 의지하고 돕고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이 인생입니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혼자 있다 보면 자칫 생각이 짧아지기 쉽습니다. 키가 큰 친구가 있어야 내가 작다는 것을 알게 되고 둘이 있어야 외로움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작은 나무는 큰 나무가 없었으면 했습니다. 혼자 남으면 세상에서 1등이 되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혼자 남고 보니 1등이 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종종 투닥거리는 일이 있을지라도 친구가 좋고 둘이 함께 있어 행복합니다.


(구교환 목사 / 9change@hanmail.net)





  •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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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가 큰 나무, 키가 작은 나무
  • 2021-03-07
  • 임영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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