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전염병과 마주한 기독교(3)

  • 임영종
  • 2021.09.04 오후 01:02

   대역병(大疫病)은 우리나라에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복음이 전파되고 첫 3세기 동안 두 차례 전염병이 돌아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첫 번째 역병은 기원 165년 겨울에 발생하였습니다. 로마 황제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 치세 때, 근동 실루기아의 군부대에서 시작된 안토니우스 역병으로 아마도 천연두의 일종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원정에서 돌아온 군인들에 의해 로마 제국 전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적어도 로마 인구의 1/4, 많게는 1/3이 목숨이 잃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사망자가 많았고 살아남은 이들이 도망을 가는 바람에 황폐화가 된 마을들이 수두룩했습니다. 더군다나 역병이 15년이나 지속되는 바람에 나라의 기능이 마비되었고 심지어는 황제 아우렐리우스도 병에 걸려 목숨을 잃었을 정도로 치명적이었습니다.

    두 번째 역병은 기원 249년에 시작되어 262년까지 이어졌는데 아마도 홍역이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면역 체계가 없던 시절 홍역은 도시와 농촌을 폐허로 만들었고 치사율도 높아 속수무책이었다고 합니다. 이 병으로 로마에서만 하루에 5,000명이 죽었고 알렉산드리아와 같은 도시에서는 인구의 2/3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역병이 돌 때 그에 대항하는 유일한 해답은 도피였습니다. 고위층 관리들과 부유한 이들은 서둘러 도시를 떠나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습니다. 이교의 사제들, 심지어는 의사들도 도망치기에 급급했습니다. 부모는 자녀를 버렸고 자녀 또한 부모를 버렸습니다. 그 바람에 연로하신 어른들과 어린 자녀들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하나님께서 역병을 다스리신다고 믿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징계를 하시지만 반대로 역병도 멈추게 하신다는 믿음으로 성도들을 하나님의 자비하심을 바라며 기도에 집중하였습니다. 동시에 교회와 성도들은 도피가 최선이 아니라 보살핌과 배려, 사랑으로 질병을 극복하자고 나섰습니다. 세상 사람들과 이교도들은 역병에 걸린 자를 내쫓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버려진 자들을 수습하여 치료했고 임종하는 순간까지 그들의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역병이 돌던 3세기 기독교 공동체를 향해 세상 사람들은 파라볼라노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말은 위험을 무릅쓰는 자들이라는 뜻인데 교회와 성도들이 위험에 처한 자들을 자기희생적 사랑으로 돌보고 섬겼기 때문입니다. 인구대비 기독교인들은 극히 소수였고 그나마 사회적 약자들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 공동체가 세상에서 소금과 빛으로 살았다는 증거입니다. 역사가들의 주장대로 세상을 강타했던 역병이 오히려 교회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구교환 목사 /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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